[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송옥주·진성준·이해식·이강일·문금주·문대림 의원이 주최하고 지속가능국민밥상포럼이 주관한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농산물 유통 개혁” 지시가 나온 가운데, 도매시장에서부터 그 실행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었다.
토론을 관통하는 대주제이자 문제의식은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 간의 ‘업무영역 제한’이었다. 현행법상 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경매주체)은 산지와의 거래만을, 중도매인(경매응찰자)은 소비지와의 거래만을 담당해야 한다. 이는 유통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시장 독과점 효과를 유발하는데, 특히 극소수로 제한된 도매법인의 독과점은 대기업의 도매시장 장악과 농업자본 흡수, 도매시장 공공성 약화 등의 폐단을 양산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매시장 거래제도가 여전히 경매제에 편중돼 있는 원인도 이 문제와 연결돼 있다. 경매제는 극심한 가격 등락과 농민 의사 배제라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도매법인으로선 가장 안정적인 이윤 창출 수단이다. 도매법인들이 그간 독점적 지위 아래 정가·수의거래 확대에 소극적·저항적으로 대응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발제자인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막대한 경매 수익이 대기업이 아닌 농민단체에 돌아가는 대만 △아예 경매제를 탈피해 도매법인-중도매인 간 자유경쟁 체제를 만든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문제의식을 명확히 했다. 특히 일본 사례를 지향 모델로 추천하며 “유통주체 각각의 사업영역 제한을 폐지해서 산지·소비지서 자유롭게 경쟁케 해야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농민에게 더 좋은 가격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토론에 참여한 생산자·유통인·소비자·정부기관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생산자가 가격결정에 아무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공정하다 말할 수 없다. 도매시장의 고착화된 구조는 깨져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사람이 가격을 형성하고 경쟁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연희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카르텔을 없애려면 시장을 개방시켜야 한다. (도매시장 유통인)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꿔 일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케 하면 근본적으로 숫자가 많아지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주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장 또한 “도매법인의 역할과 장점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업무영역 제한을 해제해) 다양한 거래방식을 거래 당사자들이 선택하게 하자는 게 공정위 주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생산자 패널들은 농산물 ‘공정가격’ 개념을 결부시켰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도매시장 내 독과점 구조의 폐단에 분개하면서도 “경쟁만 보장된다고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가진 않을 수도 있다. 유통이익을 농민 이익으로 가져오기 위한 장치로 ‘공정가격’을 설정하고, 국가가 공공수매를 통해 실제 거래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수 영남채소농협 조합장은 이 공정가격을 다시 농협의 역할과 연관지었다. “농협이 계약재배를 늘릴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생산비를 보장하는 공정가격을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수매케 해야 한다. 그리고 수매한 물량을 자조금법상 단일 품목조직에 위임해주면 농협이 전체 물량의 40%를 점유해 시장에 가격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도매시장 내 경쟁체계 구축 문제는 거대한 자본이 얽혀 있는 만큼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가량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문제다. 대통령의 유통개혁 주문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실행을 낙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답답해하는 실정이다.
박흥식 전국콩생산자협회장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 의지는 있지만 누가 어떻게 풀 건가. 유통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대통령이 맡으면 되겠지만 그렇게는 못하지 않나.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공약화해 당론으로 채택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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