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건강해지고 싶다면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현대인의 식습관은 달고, 짜며, 가공식품에 길들어 있다. 이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조리된, 그것도 유기농산물로 만든 도시락이 집집마다 찾아가면 어떻게 될까? 기존 사후 치료 중심 의료 체계에서 나아가, 생활습관 개선-일차의료(지역사회 내 보건의료)-돌봄 지원을 연계해 시민 건강을 예방적으로 관리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유기농 먹거리와 건강개선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의 실험이 경기 안산시를 무대로 시작됐다. 참가단체는 한국친환경농업협회(친환경협회)·GCN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안산녹색소비자연대·서울드림의원·스마트건강도시랩·사회적협동조합 공드림통합돌봄이다. 친환경농민단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단체, 지역돌봄단체, 의료계까지 폭넓게 참가했다.
이들은 해당 사업을 ‘안산형 건강개선 모델’로 만들고, 향후 시민 주도형 예방 건강 정책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유기농 도시락으로 건강개선 도모
‘유기농 먹거리와 건강개선 지원사업’은 참가자에게 유기농산물로 만든 4종 반찬 도시락을 18주간 주 3회(총 54회) 전달하는 사업이다. 참가자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하거나 건강한 식생활을 시작해보고 싶은 안산시민 201명이다.
참가 신청은 지난달 17일부터 선착순으로 받았으며,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2주 만에 조기 마감했다. 참가자 구성을 살펴보면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56%, 만성질환 전단계 및 기타가 44%였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51%)과 40~50대(41%)가 대부분이고 20~30대는 8%였다.
참가자들이 받는 유기농 반찬 도시락은 개당 7000원 상당이며, 참가자는 3000원을 내고 나머지 4000원은 친환경협회가 부담한다. 더불어 참가자들에게는 혈압계·혈당계·체중계와 의사·전문가의 건강관리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된다.
참가자들이 할 일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건강 수치 기록 △월 1회 건강 교육 프로그램 수강 △사전·사후 건강검사 참여 등이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자신의 식생활과 건강 변화를 살피고 지역사회 정책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참가단체들의 협업과 역할 분담에 의해 진행된다. 도시락에 담는 유기농산물은 친환경협회가 공급하고, 조리 및 배달은 공드림통합돌봄이 담당하며, 스마트건강도시랩이 참가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다. 더불어 서울드림의원은 참가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안산녹소연은 실무 총괄과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녹소연은 사업 홍보에 힘쓴다.
“대한민국 건강 정책 표본 만들겠다”
해당 사업의 발대식은 지난 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청 단원홀에서 사업 참가자 및 참가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실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참가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김상기 친환경협회장은 인사말에서 “밥상에서부터 건강을 회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로 건강한 밥상을 만드는 순환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업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기초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홍윤철 서울드림의원 원장(서울대병원 명예교수)이 ‘지역에서 시작하는 건강한 식탁, 만성질환 예방의 첫걸음’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홍 원장은 건강이 병원이 아닌 식탁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1년 동안 식사만 1000회 넘게 한다. 우리가 먹은 것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홍 원장은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기 위해선 설탕·음료수·과자·가공식품 등을 줄이고 채소·과일·콩·통곡물 등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우리 몸의 건강에 그치지 않고 “유기농업으로 토양 환경 보존, 생물 다양성 유지 등을 이뤄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사업 참가단체 간 협약식도 진행됐다. 단체들은 이번 사업에 있어 △유기농 먹거리 공급 및 소비 활성화 도모 △지역사회 건강개선 위한 의료 지원 체계 구축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먹거리 돌봄 협력모델 개발 등을 함께하며 지역사회 건강 증진과 친환경농업 발전에 힘쓰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해당 사업으로 얻게 될 경험과 의학적 지표로 우리 사회의 변화까지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날 유미화 녹소연 상임대표는 사업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해당 사업의 의의는 사후 치료가 아닌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친환경농가와 동행하며, 분절돼 있던 지역공동체를 연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이것이 안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책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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