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국회의원들이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을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농협을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농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농협중앙회 이전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전국 농민 조합원의 동의부터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농협중앙회 주사무소 소재지를 변경하기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문금주 의원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 주사무소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고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경태 의원도 같은 해 2월 중앙회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하되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해 10월 중앙회가 주사무소와 지사무소 소재지를 정할 때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지역별 농가인구와 경지면적, 농업생산량, 농업소득, 지역농협 분포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준병 의원과 이성윤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두도록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농생명 관련 기관이 전북에 집적돼 있어 산업적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농협중앙회 이전을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농가인구가 가장 적은 서울에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두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 과정에 농협중앙회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농협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농연은 농협이 정부가 설립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농민이 출자해 만든 자주적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역 농축협을 회원으로 하는 연합조직인 만큼 중앙회 소재지는 정부나 국회가 아닌 농협 내부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회 이전은 단순히 사무실이나 건물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전 비용과 인력 재배치, 경제지주·금융지주 및 계열사 운영, 정부·국회와의 업무 연계, 전국 지역 농축협의 접근성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도 결국 농협 자산에서 지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농협 자산의 실질적 주인인 조합원의 의견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농연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전을 추진하려면 먼저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와 비용 추계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정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전국 농민과 지역 농축협에 어떤 실익과 부담이 발생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전국 농축협별 의견 수렴과 대의원회 논의, 필요하면 조합원 총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거나 지방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며 “핵심은 장소가 아니라 결정의 주체와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회 이전이 농민과 지역 농축협에 실익이 있다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면 된다”며 “정치적 상징성이나 국회의원의 지역구 성과를 위해 농협중앙회를 이전하려 한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이전 논의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넘어 실제 농민 실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농협을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취급하기보다 협동조합의 자주성과 조합원 주권을 보장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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