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개발된 벼 품종은 재배 농가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비로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브랜드쌀로 자리 잡은 품종은 지역 농업과 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품종 개발도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것을 넘어 시장에서 검증된 장점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재배환경과 소비시장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안정성 강화와 쌀 소비 형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품종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벼 품종 개발 방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오랫동안 지역을 대표해 온 브랜드쌀 품종들은 우수한 밥맛과 품질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병해충 발생 증가와 이상기상으로 재배 안정성이 떨어지고 품질 변동이 커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품종일수록 이러한 변화는 농가 소득과 지역 브랜드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농진청은 시장에서 검증된 품종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병 저항성과 재배 안정성을 높이는 품종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품종 개발의 방향은 소비시장 변화에도 맞춰지고 있다. 국민 1인당 밥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즉석밥과 냉동볶음밥, 도시락, 가정간편식(HMR), 쌀가루 제품 등 쌀 가공식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업체 부문의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15년 57만5000톤에서 2025년 106만5000톤으로 약 85% 증가했으며, 같은 해 쌀 가공식품 수출도 처음으로 3억달러를 돌파했다. 쌀 소비가 밥상 중심에서 다양한 식품으로 확대되면서 품종에도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재배 안정성과 품질을 높인 품종은 물론, 즉석밥과 도시락, 쌀가루 제품 등 용도별 특성에 맞는 품종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품종 개발의 기준도 단순한 수량성이나 밥맛을 넘어 가공 적성과 저장성, 상품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생산 현장과 식품산업의 수요를 함께 반영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소비 변화에 맞춰 우리 쌀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은 이제 외래품종 대체를 넘어 기존 브랜드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가공산업 성장에 대응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재배 현장과 소비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품종 개발을 통해 우리 품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에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용도에 맞는 고품질 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품종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배 안정성 높인 ‘신동진1’·‘수광1’
‘신동진1’과 ‘수광1’은 오랫동안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온 대표 품종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재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품종이다.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늘고 이상기상이 잦아지면서 기존 품종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선의 필요성이 커졌고, 농촌진흥청은 시장에서 검증된 품종을 바탕으로 병 저항성과 재배 안정성을 보완한 품종 개발에 나섰다.
‘신동진1’은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쌀 품종인 ‘신동진’을 개선한 품종이다. 기존 품종과 유전적으로 95.3% 동일해 출수기와 초형, 밥맛 등 주요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키다리병과 흰잎마름병 저항성을 강화했다. 또한 등숙률을 높여 외관 품질을 개선하는 등 기존 품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재배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수광1’ 역시 최고품질 벼 ‘수광’의 우수한 식미와 품질은 유지하면서 탈립성과 흰잎마름병 저항성을 개선하고 수발아 발생을 줄여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농진청은 ‘신동진1’ 보급을 위해 2026년 보급종 500톤을 생산해 약 1만ha에 파종할 수 있는 종자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북도농업기술원과 협력해 재배기술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수광1’은 2023년부터 고창군에서 현장 실증을 거쳐 2024년부터 보급을 시작했으며, 2025년에는 국립식량과학원과 고창군이 업무협약을 체결해 친환경 재배단지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신동진1과 수광1의 보급으로 농가는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는 고품질 밥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공시장 넓히는 ‘미호’·‘한아름찰’
국민 1인당 밥쌀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즉석밥과 냉동볶음밥, 도시락, 가정간편식(HMR), 쌀가루 제품 등 쌀 가공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업체 부문의 가공용 쌀 소비량도 2015년 57만5000톤에서 2025년 106만5000톤으로 약 85% 증가했고, 같은 해 쌀 가공식품 수출은 처음으로 3억달러를 돌파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소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공 적성이 뛰어난 품종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품종이 ‘미호’와 ‘한아름찰’이다.
‘미호’는 일반 멥쌀과 찹쌀의 중간 수준인 저아밀로스 품종으로, 취사 후 식거나 냉장·냉동 보관한 뒤 다시 데워도 찰기와 부드러운 식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성은 도시락과 즉석밥, 단체급식용 밥 등 가공밥 원료곡으로 적합하며, 본아이에프 도시락·죽 제품과 하림 즉석밥 원료곡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배면적도 2018년 288ha에서 2025년 3899ha로 13배 이상 확대되며 국내 가공밥 시장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한아름찰’은 가공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다수성 통일형 찰벼 품종이다. 국내 주력 찰벼 품종인 ‘동진찰’보다 약 25% 많은 689kg/10a의 높은 수량성을 갖춰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원료곡 생산이 가능하며, 도정 특성도 개선해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 잎도열병과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등에 강한 복합내병성과 우수한 내도복성을 갖춰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현재는 전국 14개 RPC와 계약재배를 통해 약 1064ha 규모로 재배되며 가공용 찰벼 산업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미호’와 ‘한아름찰’은 가공식품 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산 가공용 벼 품종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대표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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