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김은진 기자)농촌진흥청이 개발·보급하는 최고품질 벼 품종이 우리 쌀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의 품질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 브랜드쌀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농진청은 우수한 밥맛은 물론 재배 안정성과 병해충 저항성까지 갖춘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개발기관 중심의 품종 육성에서 벗어나 농업인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SPP)을 도입하면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품종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쌀의 경쟁력은 결국 품종에서 시작된다. 같은 재배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어떤 품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밥맛과 외관 품질, 수량성, 재배 안정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품질이 우수한 쌀을 선택하고,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을 원하면서 품종 개발에 요구되는 기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농진청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반영해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을 지속하며 우리 품종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 브랜드쌀 품질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재배돼 온 일본 품종 고시히카리와 아끼바레는 뛰어난 밥맛으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고 쓰러짐 등 재배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품질 변동이 커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브랜드쌀을 생산하는 지자체에서도 기존 외래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최고품질 품종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는 농진청이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농진청이 도입한 것이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SPP)이다. 기존에는 육종가가 개발한 품종을 보급하는 방식이었다면, SPP는 육종가와 농업인, 지역농협, 지방자치단체, 소비자 등이 품종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현장의 의견을 개발 단계부터 반영하는 방식이다. 지역에서 원하는 품질과 재배 특성을 품종에 담아내고, 개발 이후에도 현장 평가를 거쳐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품종을 개발하는 과정뿐 아니라 보급 체계까지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육종 방식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개발 방식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품종이 ‘해들’과 ‘알찬미’다. ‘해들’은 고시히카리를, ‘알찬미’는 아끼바레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최고품질 벼 품종으로, 개발 과정부터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 현장 적응성과 밥맛을 함께 검증받았다. 현재 두 품종은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쌀의 원료곡으로 활용되며 외래품종 대체와 국산 품종 보급 확대를 이끌고 있다.
소비자와 함께 만든 ‘해들’
‘해들’은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조생종 최고품질 벼 품종이다.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늘고 재배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외래품종을 대체할 국산 품종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농촌진흥청은 이천시와 지역농협, 농업인,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SPP)을 통해 ‘해들’을 육성했다.
‘해들’은 개발 과정부터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품종이다. 육종가가 교배를 진행하고 농업인이 재배 적응성을 평가했으며, 수도권 주부들로 구성된 소비자 평가단이 직접 밥맛을 평가해 최종 선발에 참여했다. 품종명 역시 지역 주민 공모를 통해 정해져 ‘벼를 키우는 해, 벼가 자라는 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만든 품종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2017년 최고품질 벼로 선정된 ‘해들’은 소비자 밥맛 평가에서 48%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일본 품종 ‘고시히카리’(29%)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천시는 대표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래품종을 대체할 최고품질 품종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해들’은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품종으로 품질 향상과 수량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도열병과 흰잎마름병에 강한 복합내병성을 갖췄고 도복에도 강하며, 조기재배 기준 수량성도 기존 품종보다 우수하다.
2019년 2ha 규모의 채종포 운영을 시작으로 보급이 확대된 ‘해들’은 2025년 전국 약 4600ha에서 재배되며 조생종 벼 품종 가운데 재배면적 4위를 기록했다. 현재 경기와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외래품종을 대체하고 있으며, 수발아 피해가 잦은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도 재배가 확대되는 등 외래품종을 대체하는 대표 조생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래품종 대체 이끄는 ‘알찬미’
‘알찬미’는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재배돼 온 일본 품종 ‘아끼바레’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중생종 최고품질 벼 품종이다. 병해충 발생 증가와 기후변화로 재배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지역 브랜드쌀의 품질을 유지할 새로운 품종이 필요해졌고, 농촌진흥청은 이천시와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SPP)을 추진해 '알찬미'를 개발했다. 품종명은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며, '알이 차고 영양이 가득한 건강한 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알찬미’는 밥맛과 재배 안정성을 함께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밥맛이 뛰어난 '주남'과 도정 특성이 우수한 ‘칠보’를 교배해 육성했으며,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 과정과 지역적응시험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아 2018년 농촌진흥청 신품종으로 선정됐다. 소비자 밥맛 평가에서는 45%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기존 재배 품종인 ‘아끼바레’를 제치고 가장 맛있는 쌀로 평가받기도 했다.
또한 ‘알찬미’는 키가 작아 쓰러짐에 강하고, 흰잎마름병과 줄무늬잎마름병에 복합내병성을 갖춰 재배 안정성을 높였다. 실제 2020년과 2021년 이천지역에 강한 태풍이 발생했을 때도 쓰러짐 피해가 거의 없어 현장에서도 우수한 품종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질소질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품질 저하와 도복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정 균형시비와 적기 재배관리가 중요하다.
‘알찬미’는 2019년 이천지역 10ha 시범재배를 시작으로 빠르게 보급이 확대됐다. 2025년에는 전국 재배면적이 약 2만6000ha로 늘어나 전체 벼 품종 가운데 재배면적 6위를 기록했으며, 국가보급종으로도 700톤 이상이 생산돼 경기와 강원, 충북 등으로 보급되고 있다. 외래품종을 대체하는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으며 지역 브랜드쌀 경쟁력 향상과 국산 품종 확대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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