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농협중앙회가 거론되자 이해 당사자들인 농협 구성원들이 규탄에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이하 농협노조)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농협본사 지방이전 저지 전 간부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농협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농협중앙회지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가해 일방적인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설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 않고, 재정경제부가 1월 발표한 ‘2026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명칭과 이전 지역까지 명시된 각종 ‘이전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각 지역 정치권 등에서 이전설에 기반해 유치전을 펼치는 등 외부 압박이 커지자 이해당사자인 노조가 선제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현인 농협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공무원도 아니고 공공기관 직원도 아닌 농민이 만든 자율단체의 직원”이라며 “그런데 왜 농협이 정부부처인 것처럼 정치인들이 강제로 이전시키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서 농민들의 자조조직인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농협 직원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며 “정치인들은 헌법에 보장된 농협의 자율성과 거주권을 무시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지방이전의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협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25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도권 존치가 필요한 필수 부문을 제외하고 실제 이전 가능한 인력은 460명 수준에 불과해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임직원 중 73%(약 7만명)가 비수도권에서 근무해 이미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성연석 농협노조 중앙본부 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지방 점포를 줄여나갈 때 농협은 전국 각지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누구보다 지역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며 “본사 이전만으로 해당 지역이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기관도 아닌 농협의 이전을 강제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농업계 외부에서도 농협 이전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해형 전국금융산업노조 수협중앙회지부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현장 의견이나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면 어떤 명분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며 “협동조합과 직원들의 삶을 희생시키는 지방이전을 철회하라”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22일 성명을 내고 “농협 이전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농민 지원사업 재원 축소와 농협의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농협을 이전 대상에 포함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질타했다.
농협노조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2000여명이 참가하는 지방 이전 반대 집회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세종=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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