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소멸위험지역 거주인원 전체에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파격적 정책, 농어촌기본소득이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된 지 벌써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적응기간’ 동안 사용처 제한 등의 민원이 크게 부각된 가운데 구체적으로 이용자층별 의견은 어떤지, 또 이외의 요구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선 세밀하게 알려진 바 없다. 그 각자의 시선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토의의 장이 시범사업지 가운데 한 곳인 충북 옥천에서 열렸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호, 농특위) 농어촌기본소득특별위원회(위원장 차흥도)는 지난 15일 충북 옥천군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순회 간담회를 열었다.
옥천은 시범사업지 가운데서도 군의 관심과 지원 의욕이 가장 돋보이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귀촌 창업 사례가 생기고, 주민자치 협동조합이 장터를 개설하는 등 전국적으로 민원이 많았던 ‘면 지역 소비’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내세울 만한 우수사례 몇 가지를 발굴했다. 최영찬 옥천군 기획예산담당관은 “소상공인·사회적경제 조직과 협업을 통해서 면 지역 사용처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사회적경제기업, 로컬푸드직매장, 택시는 대부분 읍에 소재하고 있어 면 지역 주민들이 (기본소득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 지침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농특위는 이전 4개 지역 간담회와 달리 지역 참석자들을 그룹화하고, 그룹별 의견을 사전청취해 공통의 요구를 도출한 뒤 본격적 논의를 벌이는 형태의 토의를 처음 시도했다. 박경철 위원(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보다 세밀하게 의견을 청취해 분석하고, 관계 기관 전달·피드백을 거쳐 향후 본 사업 정책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라며 “옥천군이 선도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된 점과 부족한 점 모두 정부의 본 사업 확대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은 △일반주민 △소상공인 △지역사회(이장단·주민자치회 등) △농업생산자 △귀농·귀촌 청년 △사회단체·지역활동가 6개로 설정하고, 6명의 농특위 기본소득특별위원들이 한 명씩 들어가 토의를 주도했다.
주민·농민·상인·청년·활동가…따로, 또 같이 보는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여러 측면에서 생활과 서비스 이용에 보탬이 된다는 데엔 참석자 모두 이견이 없었다. 다만 전국적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사용처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집단별로 의견이 갈리는 모습도 보였다.
우선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자체 상권을 위해 각 면 지역에서 주민 주도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시도를 반기고,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결정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갑준 청성면 주민자치회장은 동이면·안내면·안남면 등 면 지역에서 소비처를 스스로 발굴해내기 위해 노력했던 우수 사례를 소개하고, “개인 사업자 수준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간을 만들며 의식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라며 “정부·지자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주민들이 그때그때 목소리를 내 주민 주도형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소상공인들은 농산물 직거래 문제를 먼저 꺼냈다. 이창세씨는 “지역 농산물을 기본소득으로 직거래하고 싶으면 카드를 써야 하는데, 농산물 생산자는 카드기계가 없어 실제 현장 생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없다”라며 “농어촌기본소득의 목적은 농어촌을 살리는 것인데 농산물을 사주는 게 주력이 돼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어르신들이 면에서 이동하기 위한 거리나 시간이 너무 길어 웬만하면 (소비처를) 옥천군 전체로 풀어줬으면 하는 게 저희 쪽 건의”라고 제안했다.
청년들 역시 사용처 제한이 가장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직업·생활 측면에서 아무래도 기성세대들과는 다른 소비를 지향하고, 교통이 불편한 것은 아직 이동능력이 떨어지는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란 점에서다. 이봄길민들레씨는 “면내에는 예술 관련 시설이 전혀 없기에 사용이 어렵고, 또 교통이 불편해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다른 면에 가서도 사실 사용하기가 어렵다”라며 “면에 살지만 생활권은 읍이다 보니 주소를 이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주거·일자리·교통 같은 인프라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지역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의견을 전했다.
한편 지역활동가들은 정책 지속 여부의 불확실성과 군내 지원체계 미흡·혼선으로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여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인정 농촌돌봄연구소장은 “2년 뒤 시범사업이 끝나고 없어지면 어떡할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있다. 특히 인건비, 공간 등에 대해 당장만 해도 군내에선 우리 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라며 “옥천군 기본소득팀 하나로만은 안 된다. 군내 인력 조직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농업생산자들은 기본소득이 농자재 구입 부담을 더는 데 많이 도움이 되고 있으며, 또 일부 생산자들의 경우 로컬푸드 판매 활성화로 인해 소득에 도움을 얻는 측면도 있다고 봤다. 반면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실제 농업예산 감액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이민호 옥천로컬푸드직매장 센터장은 “농업관련 각종 지원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옥천군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면 부담금을 줄여야 한다”라고 건의했다.
김명희씨는 20~4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일반 주민의 다양한 반응을 전달했다. 육아 여성은 교육·외식비 부담의 상당한 감소를 체감했고, 청년 역시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취업 등 하고자 하는 일의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되는 등의 큰 이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기본소득 도입 후 물가가 조금 올랐다는 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 안정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김씨는 아울러 어르신들이 편의점·주유소를 잘 사용하지 않아 해당 용처로 배정된 금액이 쓰이지 못하고 소멸하는 사례, 일부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들이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문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아 잔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 고령 주민들의 불편을 전하는 데도 노력했다.
차흥도 위원장과 함께 이날 참석해 조별 토의에 참여한 6명의 위원들은 각 조 의견에서 의미와 시사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의 개선과 지속을 위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장단·주민자치회 등과의 토의에 나섰던 황영모 위원(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용처 제한이 없다면 변화가 없었을 것이란 반응은 물론, 하나로마트에 5만원을 배정한 것 또한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을 보면서 의도된 불편, 생활의 변화를 주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면 지역 사용을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 나가고 있는 사례가 큰 힘이 됐다. 이러한 사회연대 경제조직 사업에 필요한 자산·자물에 대해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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