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Korea Agricultural Policy Newspaper (한국농정신문)

농어촌 작은 학교, 마을이 함께하면 큰 꿈이 자란다

Korea Agricultural Policy Newspaper
Actions
View mode

[한국농정신문 한의진 기자]

지난 20일 마을 산책을 나온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인근 그물코출판사의 ‘장곡꽃밭책방’에서 나와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20일 마을 산책을 나온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인근 그물코출판사의 ‘장곡꽃밭책방’에서 나와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찰방찰방, 우산 쓴 아이들이 초등학교 정문을 나와 마을 산책에 나선다. 논길을 걸어 마을의 수호수를 지나 라벤더 꽃밭이 펼쳐진 곳으로 걸어간다. 그 옆에는 마을 주민들이 조성해놓은 책방이 있다. 흥미로운 글귀와 사진이 붙어있는 서랍을 열어 책을 꺼내어 보고, 창밖으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위치한 장곡초등학교(교장 정상섭, 장곡초)의 풍경이다. 이곳에 전학오기 위해 지난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들이 대거 전입오면서 장곡면에는 활기가 돌았다. 이곳 주민들은 새로운 이웃을 들이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장곡초만의 특별한 교육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손을 모으고 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전국의 수많은 농어촌 학교 가운데 주민 중심으로 특별한 교육 인프라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작은 학교에서 발견한 ‘마을’의 가치

지난 6월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가 56%인 장곡면에 장곡초는 하나뿐인 학교다. 지난해 초, 전교생 31명 가운데 8명이 졸업 및 해외 유학을 앞둔 상황이라 통폐합의 기준인 ‘30명’ 아래로 학생 수가 떨어질 전망이었다. 그러나 지역 교육·돌봄 관련 단체들이 모인 ‘장곡교육문화네트워크’가 타 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장곡초의 교육 인프라를 소개하는 ‘어서와 장곡은 처음이지’ 캠프를 개최했고, 10명의 전학생을 받으며 현재 30명대 학생 수를 유지 중이다. 

이 작은 학교로 타 지역 학부모들을 움직이게 만든 특별한 교육 인프라는 바로 ‘마을’이다. 지난해 두 차례 진행한 학부모 캠프는 2박 3일 일정으로 지역 이웃들을 만나며 장곡면에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첫 번째 캠프의 효과로 장곡면의 주거·교육 환경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들의 자녀 2명이 전학왔고, 두 번째 캠프는 충청남도 농촌유학 제도와 맞물려 총 8명의 전학생을 불러들였다.

장곡마을학교에서 학생들의 농사체험을 위해 조성한 텃밭.
장곡마을학교에서 학생들의 농사체험을 위해 조성한 텃밭.

 

아이들 교육에 함께하는 주민들

학부모들이 밝힌 가장 큰 장점은 장곡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지역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와 협력한다는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넓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장곡마을학교는 5가지 수업과 함께 모내기·추수 등 농촌의 1년살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10명의 주민 강사들이 지역 탐방 수업 ‘도란도란 장곡이야기’, 목공 수업 ‘도토리 수리단’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마을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격주로 참여한다. 특히, 생태 전문가 마을 주민들이 가르치는 관련 프로그램은 학년에 맞게 곤충 채집·농사체험·탐조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이목을 끈다. 

장곡면 주민자치회는 도시에 비해 친구들과 분식을 먹으며 추억을 쌓을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매월 ‘장곡분식’이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연다. 재료비와 노동력 등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주민자치회원 이외에도 양육자들과 지역 내 어른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식자재와 일손을 앞다퉈 돕는다. 

장곡초 가까이에 있는 다목적회관과 꽃밭, 책방 등은 학생들이 교육받고 체험하기에 좋은 장소다. 공간 관계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수업과 행사를 준비하는 여러 이들의 요청에 흔쾌히 장소를 내어주고 있다.

​지난 20일 마을 산책을 나온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인근 그물코출판사의 ‘장곡꽃밭책방’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20일 마을 산책을 나온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인근 그물코출판사의 ‘장곡꽃밭책방’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작은 학교는 통폐합 대상인가

교육부는 지난 9일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소규모학교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시·군을 공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구감소현황을 기준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학교 형태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홍성군은 인구감소(관심)지역이 아닌 ‘비수도권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역내 교육격차 완화’를 필수과제로 소규모학교를 큰 학교에 통폐합시키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교육부가 지난 6월 10일 발표한 ‘소규모학교 혁신안’에는 학교 통합 시 주는 인센티브를 50% 이상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소규모학교의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학교 아이들이 마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어른들과 교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는 전미영 장곡교육문화네트워크 활동가는 “소규모학교가 통폐합돼 아이들이 타 지역으로 학교를 간다면, 생활권에서 이웃들과 관계하며 얻는 배움과 주민총회에 참여하며 배우는 민주주의 교육도 사라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는 관계적인 문제를 영화와 책을 통해 함께 공통의 교육적 가치를 찾는 학부모 학습모임으로 극복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17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 강당에서 열린 마을학회 일소공도 제72차 월례세미나 '온 마을이 함께하는 장곡초등학교'에서 발제자 전미영 장곡교육문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강윤정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장 제공
지난 17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 강당에서 열린 마을학회 일소공도 제72차 월례세미나 '온 마을이 함께하는 장곡초등학교'에서 발제자 전미영 장곡교육문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강윤정 마을학회 일소공도 사무국장 제공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2주에 한 번씩 가는 마을 산책에 동행하며 만난 장곡초 아이들은 마을에서 누리는 다양한 것들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장곡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냐는 질문에 6학년 심예진 학생은 마을의 명물인 ‘500년 된 느티나무’를, 같은 반 장민석 학생은 모내기를 체험할 때 많이 방문하는 ‘오누이센터’를 꼽았다. 마을 전체가 아이들이 배우고 뛰놀 수 있는 장이기에 가능한 답변들이었다. 

6학년 담임인 장곡초 교사 김명중씨는 “제가 주로 근무한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 한명 한명을 볼 수 있다. 한 학급이 20명이 넘어가는 큰 학교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곡면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마을에 정주하면서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 만나는 일이 가장 좋다”며 경제적 논리에 의해 특색있는 작은 학교들이 통폐합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김명중씨가 반 학생과 인근 오누이권역에서 마을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김명중씨가 반 학생과 인근 오누이권역에서 마을 산책을 하고 있다.

 

See an issue with this article, translation, source, or data?

Submit a correction
Market & crop signal
Coming soon

Crop, import, and price context tied to this article's topic is planned for a future re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