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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농축협 노동자 산업재해…“죽음의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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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가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가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 직후 김덕종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장(왼쪽)과 오성권 전국협동조합본부 제주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농협중앙회 관계자에게 ‘안전한 지역 농축협으로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 직후 김덕종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장(왼쪽)과 오성권 전국협동조합본부 제주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농협중앙회 관계자에게 ‘안전한 지역 농축협으로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계약직 청년노동자가 전복된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잃은 뒤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청년노동자의 죽음 앞에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 등 농협조직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명확한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은 농축협 현장에서 반복되는 ‘죽음의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농협 측에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본부장 김덕종, 협동조합본부)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하귀농협 청년노동자 등 여러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묻고자 기획됐다. 협동조합본부는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농협 측의 대책 및 안전한 일터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그리고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지역 농축협 조합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지역농협 노동현장의 중대재해, 즉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는 이번 하귀농협 참사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부터 지역농협에선 하나로마트부터 미곡종합처리장(RPC), 물류창고 등 사업 현장을 막론하고 다수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2023년 한 해만 놓고 봐도, RPC 화물 적재기 수리 중 적재기에 깔린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2023년 전남 화순농협), RPC에서 작업 중 800kg 톤백에 깔린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2023년 전남 담양 수북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2023년 경북 포항축협) 등이 발생한 바 있다. 전북 장수농협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가 사망하는 ‘정신적 산재’가 벌어졌다. 사망사고는 아니나, 경북의 한 지역농협에선 작업 중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당한 사건도 있었다.

언론에 작게나마 나온 사례가 저 정도고, 아예 기사 한 줄 나오지 못한 채 묻혀버린 산업재해들도 숱하게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공상처리 등으로 숨겨진 산업재해도 상당수에 이르리란 게 협동조합본부 측의 설명이다. 위에 거론된 사례 외에도 지역축협 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가축 상하차 또는 인공수정 작업 과정에서 소에 받히거나 차이는 사고를 빈번하게 당한다. 지난해 한 축협 노동자는 우시장에서 작업 중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으나, 해당 건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았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 중 김덕종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장(가운데) 등 참가자들이 농협조직의 노동자 안전대책 마련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열린 ‘지역 농축협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안전 대책 촉구 전국협동조합본부 기자회견’ 중 김덕종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장(가운데) 등 참가자들이 농협조직의 노동자 안전대책 마련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귀농협 참사를 계기로,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은 이제야말로 끝없는 죽음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김덕종 협동조합본부 본부장은 “지역 농축협의 인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다. 그럼에도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만들 구조를 만드는 데는 무관심했고 무책임했다”며 “하귀농협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노동안전을 담보할 체계는 없었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담보할 안전관리 제도는 사문화돼 있었으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운영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다. 안전교육 역시 형식적으로만 진행됐다”고 규탄했다.

김 본부장은 “지역 농축협을 포함한 농협조직은 농협중앙회의 일사불란한 지도 지침에 의해 움직인다. 여신·수신, 경제사업, 계통구매 업무 등에 대해선 방대한 업무규칙과 절차를 마련하며 농축협 노동자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농협중앙회지만, 유독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와 관련해선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노동안전 관련) 전담 부서도, 표준화된 절차도 없다”며 “협동조합본부는 지역 농축협 노동안전 확보를 위해, 지역 농축협 노동자 8만6000여명의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고 강력한 싸움을 벌여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협동조합본부 법률 자문을 맡은 노무사인 유상철 노무법인 ‘필’ 대표는 “지난해 5월 수협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각 지역수협에 배포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에선 이러한 노력이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하귀농협 사고 등 반복되는 지역 농축협 산업재해를 봐도 농협조직이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2023년 1월 화순농협 RPC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검찰은 화순농협 측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화순농협 조합장은 본인이 비상임 조합장이란 이유로, 본인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고자 노력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며 “농협중앙회는 이러한 조합장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역 농축협의 연합체인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 대상)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본부는 더는 농축협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농협조직의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에 나서겠다면서, 농협중앙회를 향해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안전한 농축협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안’의 즉각 수용 △지역 농축협 노동안전 실태 전수 점검 및 실질적 대책 마련 △수사·사법기관의 처분과 별개의 내규 개정으로 중대재해 발생 농축협 조합장 엄중 처벌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농협중앙회 측에 전달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지난 1일 서울 용산역 ITX 회의실에서 열린 농협개혁 관련 전문기자 간담회에서 “농협개혁 논의 과정에서 농축협 노동자 안전대책 관련 논의도 병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직접적으로 함께 논의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전국협동조합본부가 농협중앙회에 제출한 ‘안전한 농축협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
전국협동조합본부가 농협중앙회에 제출한 ‘안전한 농축협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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