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 추진 이후 대체 보양식 기대 심리로 염소 사육농가와 취급 식당이 많이 늘었는데, 오히려 생산현장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국산 염소 생체 산지가격이 바닥을 기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삼복 중 말복(8월14일)을 보름여 앞둔 7월28일. 전북 장수에서 만난 박병진 장수흑염소농장 대표(57)는 새끼 염소를 안아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대표는 2007년 염소 사육에 뛰어든 이후 지금은 9만9174㎡(3만평) 부지에 600여마리를 일관사육하고 있다. 2층 구조의 고상식 축사를 직접 지어 시설을 현대화하고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옥수수 조사료를 재배해 먹이는 한편 뒷산에 염소를 매일 방목한다.
올 4월 농협경제지주 주최 ‘제8회 청정축산 환경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농협중앙회장상)을 받을 만큼 검증된 사양관리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박 대표는 “염소는 환경 변화에 예민해 질병 등으로 새끼 폐사율이 평균 30%에 달한다”면서 “사육에 정성을 들여도 2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2년 전 1㎏당 2만3000원까지 올랐던 생체 가격이 지난해 확 꺾이더니 올들어서 3분의 1 수준인 6000원대로 폭락했다”며 “사료값·약값 등 생산비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올라 60㎏ 기준 1마리당 최소 60만원 이상은 돼야 본전인데 가축시장 거래가격은 4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2024년 8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 시행으로 염소가 수혜 축종으로 떠올랐다. 박 대표의 사례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작 국내 생산현장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이구동성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전국 염소 가축시장 경락값은 2년째 바닥을 기고 있다. 염소 생체 1㎏당 연평균 경락값은 2024년 1만8288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25년 고꾸라졌다. 지난해 1월 1만7550원이던 경락값은 올 6월 6193원으로 65.0% 폭락했다.
요인은 값싼 외국산이 지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1161t이던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5년 1만760t으로 5년새 9.3배 급증했다. 올들어선 6월까지 2931t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수입이 하반기에 몰리는 특성을 고려하면 2024년만큼은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증가세인 몽골산 흑염소 육가공품을 고려하면 실제 시중 유통되는 외국산은 더 많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팍팍한 제도도 농가들의 시름을 더한다는 게 산지의 얘기다. 대표적인 게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다. 염소고기는 올해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원 품목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 하지만 직불금을 받으려면 한·호주 FTA 발효일(2014년 12월12일) 이전부터 사육했다는 것을 각종 서류로 입증해야 한다. 박 대표는 “농가들 스스로 12년 전 사육을 개시했다는 것을 증명해내라는 건데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염소 사육마릿수에 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신 자료는 2025년 11월 펴낸 ‘2024년 기타가축통계’가 사실상 유일하다. 자료상 염소 사육마릿수는 2024년 12월 기준 46만8996마리다. 그러나 구제역 백신접종 등록 현황을 알 수 있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상 등록마릿수는 올 4월 기준 66만3000마리로 20만마리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박 대표는 “농가들도 가공품 개발 등 자구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국산 염소고기가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외국산 염소고기와 견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흑염소 자체 브랜드를 출시해 진액제품으로 상품화하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정부는 값싼 외국산 염소고기를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이력제 도입, 소·돼지 수준의 표준 사양관리 지침 보급, 다발성 질병 예방백신 공급 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수=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