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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문제 해결 위한 첫 과제, ‘실경작 임차농’ 보호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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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이재명정부의 농지실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호, 농특위)가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 아래 농지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고자 총 5회에 걸친 연속 토론회를 시작했다.

농특위는 농지 문제 관련 주요 의제별로 농민·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고자 이번 연속 토론회를 기획했다. 농특위는 8월 3일 ‘농지 임대차 제도개편’ 관련 토론회를 시작으로 8월 12일 ‘농지 세제 개편’, 8월 19일 ‘농업진흥지역 농지의 보전·관리 정책’, 8월 26일 ‘농지관리전담기구 신설 및 농지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9월 9일 ‘농지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의 합리적 방안 모색’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간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선 ‘실경작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이란 주제 아래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농특위와 서삼석·윤준병·송옥주·문금주·문대림·임미애 의원 주최, 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단장 조병옥)·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한국농축산연합회·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정부 농지실태 전수조사 과정에서 실경작 임차농 피해 방지 방안을 찾으려는 취지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호 농특위원장은 “5회 연속 토론회의 첫 순서로 현행 농지 임대차 제도가 안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냉철히 진단하고 올바른 제도 개선 방향을 찾고자 한다”며 “이번 연속 토론회가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현장 의견이 담긴 실효성 있는 입법과 정책 대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진작부터 ‘친환경 임차농 피해 방지책’ 강조해 왔건만…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의 주최하에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5회 연속 토론'의 일환으로 제1차 ‘실경작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의 주최하에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5회 연속 토론'의 일환으로 제1차 ‘실경작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농지 전수조사 본격 개시 이전부터 한살림연합·한국친환경농업협회 등 친환경농업계를 중심으로 임차농 피해 방지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친환경농민에게 땅을 빌려준 부재지주들이 ‘위장 자경’에 따른 직불금 부정수급 사례가 발각될까 염려해, 임차농으로부터 농지를 회수하는 상황이 빈발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실경작자인 친환경 임차농들이 부재지주의 농지 회수로 농지를 잃게 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송재일 명지대 법학과 교수(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 위원. 현재 유럽 체류 중이라 온라인으로 발제)는 “현행 「농지법」은 예외적 경우에만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기에,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많은 농지 임대차가 구두 계약이나 음성적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임차농은 농지법상 최소 임대차 기간인 3년(다년생 식물 재배 농지의 경우 5년)간 보호받지 못하고 직불금도 못 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농지 투기세력 적발’이라는 전수조사의 취지와 별개로, 적발을 우려한 부재지주들이 임차농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거짓 자경을 주장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실경작 임차농이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인 농지를 잃는 선의의 피해가 이미 발생 중이다. 송 교수는 “특히 현행 농지 관련 제도의 한계로 친환경 임차농들이 겪는 피해를 간과할 수 없다”며, 토양을 살리기 위해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노동력·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친환경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근본적으론 농지 전수조사 시 ‘실경작자 구제 특례’, 즉 실경작 임차농에겐 일정 기간(최소 3~5년) 경작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향의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대안으로 △친환경농업 임대차보호 특별법 제정(또는 농지법 내 친환경농민 보호 특별조항 신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 과정의 ‘친환경 보호’ 기능 강화 △친환경 인증 농지의 경우 농지 상태 변경(지주 변경 또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 매입) 시 기존 친환경 임차농에게 최우선으로 임차권 보장하도록 법제화 △농지 임대차 양성화 기간 운영 등을 제시했다.

농지 임대차 양성화란 지주가 임대차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합법적 농지은행 임대 수탁 등에 나설 시, 과거의 불법 임대차 책임을 일정 부분 면제해 주는 일시적 양성화 대책을 뜻한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유정현 전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청년위원장도 “농지 불법 이용과 투기의 근절을 위한 (농지 전수조사)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나, 현재의 조사체계는 실경작자 권리 보호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환경 인증정보 및 직불금 등 농정 관련 전산체계와 긴밀히 연결된 친환경농민이 행정 시스템상 ‘가시성 높은 대상’으로서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친환경 임차농이 입을 선의의 피해 사례는 늘어날 것이며, 그로 인해 △친환경 인증 농지 경작 중단 △친환경농산물 기반 학교·공공급식 공급체계 불안정 심화 △지역 단위 친환경 생산기반 붕괴 등의 연쇄작용이 발생하리라는 게 유 전 위원장의 진단이다.

‘농지 임대차 양성화’ 필요성도 제기

유 전 위원장은 농지 임대차 양성화를 위한 행정당국의 적극적 안내·홍보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불법 임대차 관련 한시적 자진신고 기회를 부여한 예시를 들며, 이러한 조치는 실제 경작 관계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현실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제도에 대한 현장 농민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만큼, 농어촌공사·지자체 등의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는 게 유 전 위원장의 강조점이다.

박석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농지 임대차 확대는 농지제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인 만큼,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보단 농지이용을 효율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비농업인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농지의 효율적 이용 방안으로서 임대차를 통한 농지이용 집적 추진 정책으로 전환할 때”라고 주장했다.

농지 임대자를 단순히 악덕 지주 또는 투기꾼으로만 취급하는 인식을 버리고, 프랑스·일본처럼 농지 임대자를 우대하는 시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 일환으로, 박 이사장은 농지 임대차 신고제도를 도입해 농업진흥지역 내의 농지 임대차 신고 임대자에게 자경 8년 여부에 상관없이 농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윤관호 (사)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지 투기 우려가 높은 수도권과 대도시 인근 지역은 현행 농지 소유 규제를 유지하거나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반면 인구감소와 농업인 고령화로 농지를 경작할 사람이 부족한 지역은 농지가 계속 농업에 이용된다는 걸 전제로 소유 및 이용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민기 (사)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지를 자산으로 여기는 비농민 소유 농지가 늘어나는 등의) 농지 이용권리 체계 혼란은 농지의 분산성을 강화시켜 왔다”며 “농지 관련 관행적 제도와 현장 간 불일치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나, 장기적으론 농지 분산성의 극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그 일환으로 △농지 규모화·집단화를 통한 효율적 이용을 꾀하는 농지이용증진사업의 확대 △분산된 필지를 기반으로 운영돼 온 농지은행에 적극적 농지 집단화 추진 임무 부여 등의 대안을 거론했다.

허정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농지과 서기관은 “전수조사 상 임대차 관련 부분에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난달 농지 전수조사 1차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농식품부에서도 투기 관련 농지 처분 입장은 분명히 하되 일반적 (위반) 사항의 경우 (현장 상황을 최대한 감안할 터이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며 “불법 임대차 자진신고 관련 홍보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질책도 주셨는데, 전반적으로 문자도 발송하고 했음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다만 농지은행 임대 수탁 농지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서기관은 이와 함께 “농지은행을 통해 공공관리되는 농지의 규모화·집적화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법체계 안에서의 방법들을 고민하려 한다. 농지은행이 경지 정리, 기계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며 “농지관리 전문기구의 설치 방안도 향후 같이 논의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지는 농사에 써야 한다는 ‘농지농용’ 원칙 확립할 때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의 주최하에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5회 연속 토론'의 일환으로 제1차 ‘실경작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의 주최하에 ‘농지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보전·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5회 연속 토론'의 일환으로 제1차 ‘실경작자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전농 제주도연맹이 농지 전수조사 개시 직후인 지난 5월 22일부터 임차농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며 확인한 임차농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그 사례 중 일부를 보면, 상속농지를 임대차 계약 없이 빌린 농민은 농작물 재해보험을 본인 명의로 가입해 농사지었고, 직불금은 지주가 받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농지 전수조사 실시 뒤 행정당국에서 직불금 수급자(지주)와 보험 가입자(임차농)가 불일치하다며 소명을 요구하자, 지주는 임차인에게 나가 달라고 통보했다.

또 다른 사례에선 상속농지를 보유한 지주들(직불금은 불법 수령하지 않았다 하나 농민수당은 본인들이 수령)이 모임을 만들어 임차인을 내쫓기로 했는데, 임차인은 법으로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계약 유지를 원했다. 상속농지는 임대차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해줬음에도, 지주들은 “공산주의도 아니고 내 땅을 내 맘대로 하려는데 뭔 상관이냐”고 반발했다.

채 사무처장은 “농지 소유주들은 농지를 단지 자신들의 재산의 일부로 간주하며, 특히 (농지의) 증여를 상속과 같은 개념으로 본다. 농지법 취지와 다르게 농지는 농업 승계 목적이 아닌 부의 승계 수단으로 상속되거나 증여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농지 취득 자격을 심사하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지위원회가 존재하나, 증여 관련 심의의 경우 얼토당토않은 내용(예컨대 3000평 농지를 증여받으려는데 영농계획서상 3000평을 호미·괭이로 농사짓겠다는 내용)도 거의 전부 제재 없이 통과되는 상황이라는 게 채 사무처장의 추가 설명이다.

채 사무처장은 현행 농지법이 농지를 ‘소유물’로 여기는 관점 아래 운영되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농지를 소유의 관점이 아닌 ‘농사를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취지 아래 박석두 이사장도 “농지를 농업용으로만 쓸 수 있다는 ‘농지농용’ 원칙 아래 농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 단장은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농지를 공공자원으로 인식 중인 상황에서 우리는 농지의 ‘자산 가치’에 치중하는 것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며 향후 농지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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