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도축장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은 반입부터 계류, 기절과 방혈, 탈모, 내장 적출과 절단, 이분체 분할과 지육 세척, 검사와 등급판정, 예냉과 출하의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공정은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이 완전히 구분 분리되기 때문에 도축장은 취재든 견학이든 평가를 위한 방문이든 반드시 비오염구역에서 오염구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난 4일 전북 김제에 위치한 도드람김제FMC(Fresh Meat Center).
낮 최고 기준 37도를 기록한 김제는 이날 오전 9시에도 양산 없이는 햇볕과 지면의 열기가 더해 바깥 활동을 하기 힘든 날씨였다.
# 최종세척 공정 ‘디지털 자동 측정’
흰색 장화를 신고 일회용 위생 모자와 위생가운을 착용한 뒤 오전 9시 20분 경 도축장 세척 라인에 섰다. 바깥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내부 온도.
돼지 지육 표면의 미생물 오염을 최소화하는 핵심 관리구역인 ‘CCP-1B 최종세척 공정’ 구간에 들어서자 디지털 압력계가 쉼 없이 작동하고 있다. 기존에는 2시간마다 작업자가 수동으로 체크를 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측정기가 세척 수압 0.2~0.4MPa와 세척 시간 13초 이상이 유지되는지를 자동으로 처리를 하고 있다. 1시간 주기로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 지육 심부 온도 데이터 자동 기록
지육의 심부온도를 관리하는 예냉실은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돌았다. 도축 후 지육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예냉실에서 지육 심부온도를 5도 이하로 관리하는 ‘CCP-2B 예냉실 온도관리공정’.
작업자가 디지털 탐침 온도계를 지육 심부에 찌르고 스마트폰을 터치하자 도체번호와 심부온도가 무선으로 실시간 전송돼 중앙 시스템에 입력됐다. 분 단위로 자동 기록되는 데이터는 모니터링 담당자의 개인 편차나 수기 기록 가능성을 완전히 없앴다.
# 칼소독조 온도 이탈시 알람·AI 비전 카메라, 눈보다 빠르게 생돈 입고 집계
도드람김제FMC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작업 도구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소독이 필수인 칼소독조 온도의 연동이다. 칼소독조를 모니터링 모듈로 기본 83도 이상으로 온도를 유지하되 이를 실시간 자동 측정해 중앙 제어판으로 프로그램들끼리 데이터를 API 송수신하고 있었다. 만약 기준 온도를 이탈하면 즉시 이상 알람이 울리도록 돼 있는 구조다.
계류장을 지나니 수송 차량이 돼지 하차를 위해 막 들어오고 있다. 하차장 상단에 설치된 3대의 인공지능(AI) 비전 카메라가 차량 번호를 바로 인식했다. 관제 모니터에는 도축 업체, 출하 농가, 계류장 돈방 번호가 실시간으로 매칭돼 나타난다. 돼지들이 통로를 따라 이동하자 화면 속 AI 비전 센서가 돼지의 개체별 움직임을 감지해 마릿수를 자동으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적중률 95% 이상으로 현재는 98%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과거 작업자가 눈으로 일일이 세며 발생하던 시간 소요와 수기 카운팅의 오류가 사라지면서 집계된 데이터는 즉시 도축 ERP 시스템으로 저장됐다.
1시간 정도 둘러본 현장은 과거 도축장의 상징과도 같았던 작업자의 손에 들린 체크리스트와 볼펜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 관계자는 “설치 전에는 마릿수 집계와 서류 확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AI 비전 카운터가 도입된 후 입고 업무 시간과 오차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했다.
기존 수기 기록 방식에서는 이상이 발생한 후 사후 확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마트 HACCP 도입 이후 이상 발생 시 실시간 확인은 물론 누적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세 관리가 가능해졌다.
김용희 생산품질부 부장은 “그동안 시설 설치 업체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안정화 하는데 주력해 왔고 7월부터 본 궤도에 올랐다”면서 “전국의 도축장마다 상황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 스마트 HACCP에 관련된 공통의 영역 외에도 각 도축장의 여건과 현실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올 해 1월 다시 도드람김제FMC를 맡은 손범석 대표이사는 “김제FMC가 2018년 이후 8년간 적자였지만 올해는 감가상각부분이 많이 해소되면서 흑자 경영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김제FMC를 발전시키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드람김제FMC의 선도를 비롯 전국 주요 도축장들로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 HACCP 구축 사업은 향후 AI 시스템과 도축 ERP 연계를 통해 대한민국 축산물 위생·안전 관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