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대한민국 농업이 우주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농정' 시대를 연다. 정부가 국내 최초의 농림특화 위성인 '농림위성(차세대중형위성 4호)'을 발사하면서 벼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의 작황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재해 대응과 농산물 수급관리까지 과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주항공청, 농촌진흥청, 산림청과 공동 개발한 농림위성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위성은 단순히 사진을 촬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식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는 '우주의 농업 관측소'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일마다 한반도 촬영…벼 생육 실시간 파악
농림위성의 가장 큰 특징은 농업에 최적화된 관측 능력이다. 5m 공간해상도로 지상의 5m×5m 단위 정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한 번에 120㎞ 폭을 촬영한다. 3일마다 한반도 전역을 다시 관측해 벼와 밭작물의 생육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특히 적색(Red), 근적외선(NIR) 등 식생 분석에 필요한 5개 분광밴드를 이용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물의 생육 상태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벼의 활착, 분얼, 출수, 등숙 등 생육 단계는 물론 가뭄이나 침수, 병해충으로 인한 생육 저하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농촌진흥청과 통계청의 현장 조사에 크게 의존했던 작황조사가 앞으로는 위성 데이터와 결합되면서 정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벼가 가장 적합…수급 예측 정확도 향상
위성 관측 효과가 가장 큰 품목은 단연 벼다. 논은 대규모로 집단 재배되고 생육 단계가 비교적 일정해 위성으로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 쉽다. 이 때문에 벼 재배면적 산정은 물론 생육 상황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쌀 공급 과잉이나 부족을 보다 빨리 파악해 공공비축미 운영이나 시장격리 여부 등을 선제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벼뿐 아니라 콩, 밀, 보리,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밭작물도 재배면적과 생육상태 분석이 가능하다. 양파와 배추, 무 등 노지채소 역시 대규모 주산지를 중심으로 생육과 재해 피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산림은 산불 피해와 병해충, 산림 훼손 등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다만 비닐하우스 내부 작물이나 소규모 시설원예는 직접 관측이 어려워 드론이나 현장조사와 함께 활용해야 한다.
미국 생산량 예측, 유럽 직불금 관리
위성을 농업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NASA의 랜드샛(Landsat) 위성과 농무부(USDA)의 농업통계를 결합해 옥수수와 대두, 밀 등의 생육과 생산량을 예측하고 있다. 위성영상에서 얻은 식생지수(NDVI), 토양수분, 생육 정보를 활용해 가뭄과 작황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며, 이는 농산물 수급 전망과 식량안보 정책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유럽연합(EU)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센티넬(Sentinel) 위성을 공동농업정책(CAP)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가가 직불금을 신청한 농지가 실제로 경작되고 있는지, 신고한 작물이 맞는지를 위성으로 상시 확인하는 '면적 모니터링 시스템(Area Monitoring System)'을 운영한다. 과거처럼 표본 현장조사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을 위성으로 검증하면서 행정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높였다.
민간 분야에서도 위성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위성기업 플래닛(Planet)은 3~5m급 해상도의 위성을 거의 매일 운용하면서 병해충 발생 지역을 조기에 탐지하고, 생육 불량 구간만 선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정밀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정도 '감'에서 '데이터'로
농림위성이 본격 운영되면 농업 행정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통계조사와 현장 보고를 바탕으로 수급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위성영상과 기상, 토양, 농업경영체 정보를 결합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벼의 생육이 평년보다 부진하면 생산량 감소를 조기에 예측해 수급 대책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반대로 재배면적이 급증하면 공급 과잉 가능성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집중호우나 태풍 발생 시 피해 면적을 신속히 산정해 재해복구와 보험 손해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공익직불제 이행 여부나 농지 이용 실태 조사 역시 위성을 활용한 비대면 관리 체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앞으로 농림위성 영상과 기상, 토양, 생육 데이터를 결합해 인공지능(AI)이 작황을 예측하는 '한국형 디지털 농업 플랫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농림위성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농업 분야 특화 국가 위성을 확보하고, 전국 농경지와 농작물을 상시 관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현장이 요구하는 농업위성정보를 단계적으로 제공하고, 후속 위성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차세대중형위성 개발 방향 및 전략 연구’에 농업위성 수요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채택되면서 기획 연구(2015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2018년), 국가우주위원회 기본계획 승인(2019년) 등을 거쳐 농림위성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주요 작물 생육 분석, 벼 재배면적 추정 등 농업 원격탐사 연구로 축적한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에는 ‘농업위성센터’를 신설했다. 농업위성센터는 농업위성 운영과 농업관측 정보 활용 연구를 수행하며, 앞으로 생산될 농업위성정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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