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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납 폐기물에 노출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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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대한민국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그 피해가 농어촌에 집중되고 있다…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누가 챙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으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 문제에 대한 주무 부처이다. 그러나 요즘 행태를 보면 '과연 그런지?' 라는 의문이 든다. 

|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대한민국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그 피해가 농어촌에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역에 환경오염시설들이 밀려드는 상황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이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누가 챙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으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 문제에 대한 주무 부처이다. 그러나 요즘 행태를 보면 과연 그런지? 라는 의문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드러난 납 2차제련 문제이다. 납 2차 제련은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폐배터리(폐납산배터리)에서 납을 뽑아내는 산업이다. 폐배터리를 녹이는 과정에서 대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유해한 산업으로 분류된다. 폐납산배터리 자체도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이 적용되는 유해폐기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납 2차제련을 하는 공장들이 너무 많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납산배터리만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해서 납 2차제련을 하고 있다. 수입량이 엄청나다. 2023년의 통계를 보면 연간 47만톤의 폐납산배터리를 수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 

납 2차제련을 하는 업체 중 환경부로부터 정식으로 통합허가를 받은 업체는 7개이다. 그런데 이 7개 업체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최소 1만 1천 톤, 최대 5만 1천 톤에 달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양의 10배가 훨씬 넘는 양이다. 소각장보다 훨씬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사업장인 것이다. 

그런데 납 2차제련은 환경영향평가 대상도 아니다. 재활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으니 검증과정이 없다. 그래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구멍이 생겼다. 어떤 업체는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제대로 산정해서 인.허가를 받지만, 어떤 업체는 자의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대폭 줄여서 인.허가를 받는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총괄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책임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이 문제를 인지한 필자와 경북 영주시의 주민대책위가 문제제기를 시작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 정혜경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뒤늦게 실태조사를 한 결과 5개 업체가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대폭 축소해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축소된 정도는 엄청나다. 최소 93분의1에서 최대 1,106분의1로 축소해서 대기배출시설 허가를 받고 공장을 가동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축소했으니, 제대로 오염방지시설을 갖췄을 리가 없다. 주민들이 대량의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장들이 위치한 곳이 대체로 농촌지역이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읍.면지역이다. 경상북도 고령군, 경주시, 대구광역시 달성군, 경상남도 함안군의 읍.면 지역에 위치한 공장들인 것이다. 결국 수입된 납 폐기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농촌 주민들이 노출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환경관리체계를 무너뜨린 것이기도 했다. 연간 20톤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면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통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발생량을 축소해서 지방자치단체의 대기배출시설 허가만 받고 가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드러났으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됐든 지방자치단체가 됐든 문제가 발견된 공장들을 당장 가동중지시켜야 마땅하다. 관련 법에서는 그런 권한을 기후에너지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뒤늦게 통합허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둥,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둥 ‘솜방망이 조치’만 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드러난 5곳 중 2곳에 대해서만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도대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지금까지 막대한 양의 유해폐기물이 수입되고 있는데도 ‘허가’만 남발하면서 방치해 온 것도 기후에너지환경부이다. 그리고 이런 유해폐기물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수백분의 1로 축소한 채 가동되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가동중지 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단지 기후에너지환경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흘히 하는 정책의 문제이고, 허술한 법제도의 문제이다. 이번에 드러난 납 2차제련 문제를 계기로 정부의 환경정책과 환경행정을 전면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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