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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값 하락·생산비 급등…‘농가경영’ 벼랑 끝인데 ‘안전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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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_농산물값 폭락 이중고_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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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하락과 생산비 급등으로 농가경영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안전망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안정제는 이달 27일 시행을 앞두고도 대상품목과 기준가격이 확정되지 않았고, ‘필수농자재지원법’은 핵심 지원 조항이 2027년 12월에야 시행된다. 긴급 생산비 지원 등 제도 공백을 메울 보완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농가구입가격지수는 재료비 141.7, 노무비 141.4, 경비 146.4로 2020년보다 각각 41.7%·41.4%· 46.4% 올랐다. 비료비는 130.3%, 영농광열비는 115.6% 급등했다. 반면 농가판매가격지수는 주요 채소류 15개 품목 가운데 11개 가격이 2020년 수준을 밑돌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다.

김시갑 강원도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가격 폭락으로 고랭지배추를 폐기할 때 농가가 받는 보상금은 3.3㎡(1평)당 4700원 수준으로, 실제 생산비(2024년 기준 1만2400원)의 40%에도 못 미친다”며 “정부가 농산물값이 오를 때는 할인쿠폰 발행 등으로 수천억원을 쓰지만, 정작 생산비 폭등으로 농가가 어려울 때는 지원이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현장의 위기감은 심각하지만 생산비 지원제도는 농가의 안전망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필수농자재지원법’은 올 12월 시행되지만, 핵심 조항 적용은 2027년 12월로 미뤄진 상태다. 지원 조건 역시 ‘공급망 위험’으로 한정돼 평시의 생산비 폭등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인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물가안정으로 가격을 누를 거면 생산비라도 보전해줘야 하는데, ‘필수농자재지원법’은 원재료 공급망 위기 때만 작동해 농민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측면에서 27일 시행을 앞둔 농산물가격안정제는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대상품목·기준가격 설정 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제도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농가 긴급지원 프로그램’ 을 제시한다. 해외 주요국은 농가가 위기에 처하면 즉각적인 자금 투입으로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120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농가지원프로그램(FBA)’을 편성해 농가를 직접 지원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늘어난 농어촌특별세 세수를 활용해 농민수당이나 재난지원금처럼 생산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격안정제와 산지폐기 보상 등 정부정책의 기준이 되는 ‘생산비’의 통계 조사 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도 크다.

김 협의회장은 “정부의 생산비 조사는 초기단계에 밭떼기로 넘기는 농가와 출하 직전까지 직접 재배하는 농가를 단순 평균해 현실을 왜곡한다”며 “정부 통계와 실제 현장에서 조사된 생산비 사이에 2.5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비 통계를 현장 실정에 맞게 바로잡고, 적어도 생산비의 80% 이상은 보전할 수 있도록 폐기 보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비 지원 정책을 특정 농자재에 맞춘 ‘선별 지원’에서 벗어나 ‘통합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필수농자재지원법’에서 필수 농자재는 현재 생산비 항목의 극히 일부분만을 규정한 것으로 좀더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경북 의성군의 사례를 제시했다.

의성군은 ‘맞춤형 농기자재 지원 조례’를 통해 소모성 자재부터 농기계 수리·임대료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자율 집행이 가능한 농자재 전용 카드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원대상을 특정하면 보조금이 자재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농가가 예산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사례와 같이 정부는 즉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공익직불 면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농민에게 생산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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