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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채냐 빙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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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도 머리를 싸맬 법한 난제가 있다. 더위를 날려버릴 여름 과일 간식계 일인자는 누구인가. 이름에 꽃(花)이 들어갈 만큼 어여쁜 화채냐, 얼음(氷)이 들어갈 만큼 서늘한 빙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나래 요리연구가의 도움을 받아 두 먹거리를 나란히 만들어 맛보고, 각각의 장점을 소상히 따져봤다.

붉은빛 국물에 아삭아삭한 과육 ‘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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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물·우유·과일즙·과일청을 넣은 수박 화채.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먼저 출전할 선수는 화채다. 화채는 꿀물이나 과일즙으로 국물을 내고 경단·과일·진달래꽃을 넣어 차게 마시는 전통 음료다. 요즘엔 사이다·연유·우유·탄산수를 섞은 뒤 과일을 한입 크기로 썰어 만든다. 새콤달콤한 맛과 향은 입맛을 돋우고 찬 기운은 데워진 몸을 식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화채 필수 재료는 수박이 아닐까. 수박이 중심을 잡은 화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제철과일·물·우유·과일즙·과일청이다.

“수박이 튼실하네요! 검은 줄무늬도 선명해요.”

먹음직스러운 빛깔에 감탄하는데 정 연구가가 뜻밖의 답을 한다. “사실 화채는 맛없는 과일로 만들어야 해요. 장마철에 물을 먹어 싱거워졌거나, 당도가 애매한 재료를 쓰는 게 좋답니다.” 대신 국물을 달곰하게 해 균형을 맞추는 게 요령이라고. 생기를 잃은 과일을 살리는 ‘심폐소생법’이라 할 만하다.

첫단계는 손질이다. 먼저 수박은 숟가락으로 속을 파낸다. 이때 껍질과 흘러나온 즙은 버리지 말자. 잠시 뒤 기막힌 재료로 변신할 터다. 그다음 복숭아·자두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썰고, 참외는 태좌(씨가 붙은 하얀 부분)만 긁어 모아둔 뒤 과육은 똑같이 자른다. 남겨둔 수박즙과 태좌는 체에 걸러 국물을 낸다. 천연 단맛을 뽑아내는 비법이다. 여기에 오미자즙 같은 과일즙이나 청을 넣고 섞으면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마무리로 우유나 물을 타는데, 새콤한 과일이 들어갔다면 우유보다 물을 추천한다. 산 성분이 우유 단백질과 만나 치즈처럼 몽글몽글 분리될 수 있어서다.

화룡점정으로 속을 파낸 수박 껍질에 모든 재료를 부어준다. 겉부터 속까지 오롯이 과일로 채운 한상 완성이다. 마치 붉은 루비와 샛노란 황금을 소복이 담은 보석함 같다. 앞접시에 넉넉히 덜어 후루룩 들이켜본다. 콜라도, 사이다도 흉내 못 낼 은은한 과즙 향과 경쾌하게 부서지는 식감 덕에 입안에 꽃이 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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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박 등 제철과일과 우유, 과일즙, 과일청을 준비한다. 2. 수박은 숟가락으로 속을 파낸다. 3. 참외는 씨가 붙은 흰 부분은 국물용으로 따로 긁어두고 과육만 먹게 좋게 썬다. 4. 속을 파낸 수박 껍질에 모든 재료를 붓는다. 

 

사각사각 우유 얼음에 사르르 녹는 과일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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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다양한 제철과일을 잔뜩 올린 빙수.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뒤이어 경연장에 오른 선수는 빙수다. 곱게 간 얼음 위에 팥·콩가루·시럽·과일·떡을 얹은 빙수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여름 간식이다. 조선시대까지는 얼음이 귀해 좀처럼 맛보기 어려웠다가, 개항 후 일본 상인이 들어와 팔며 널리 퍼졌다. 이젠 동네 카페는 물론 호텔에서도 빙수를 선보이는 시대가 됐다.

여름엔 집에서도 근사한 빙수를 만들 수 있다. 뜨거운 햇볕에 잘 익은 다양한 제철과일이 있어서다. 좋아하는 과일을 잔뜩 골라 준비하면 된다. 얼음을 가는 빙삭기가 없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지퍼백 하나면 충분하다. 이 외에 우유·연유만 추가로 챙겨보자.

빙수는 만들기 전날에 잠깐 챙겨둘 것이 있다. 먼저 우유에 연유를 섞고 지퍼백에 담아 평평하게 눕혀 얼려둬야 한다. 이튿날 실온에 5분쯤 두었다가 밀대로 톡톡 두드려 부수면 끝. 뽀얀 우유 얼음은 숫눈처럼 곱지는 않아도 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위엔 과일을 얇게 썰어 이불처럼 덮으면 된다. 네모 모양으로 깍뚝 썰 때보다 안정감이 있다. 잘 익은 복숭아와 망고를 썰어 겹쳐 얹자 황홀한 빙수 한 그릇이 뚝딱 완성된다.

접시 앞에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수저를 든다. 한술 떠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향 사이로 달콤한 과일이 사르르 녹아든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워도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택일하겠다는 전제부터 잘못됐다. 남은 과일을 알뜰히 거두는 화채의 관용과 제 몸을 산산이 부숴 혀를 즐겁게 하는 빙수의 헌신을 놓고 어찌 승패를 논할 수 있겠나.

확실한 것은 하나다. 어느 쪽을 택하든 지는 쪽은 더위라는 사실. 올여름, 두 간식을 나란히 만들어 먹으며 저마다의 일인자를 가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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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날 지퍼백에 넣어 얼린 우유와 연유를 실온에 5분쯤 꺼냈다 밀대로 두드려 부순다. 2. 곱게 부순 얼음을 그릇에 소복하게 담는다. 3. 빙수에 올릴 과일을 썬다. 4. 얇게 썬 복숭아와 망고를 모양 있게 겹쳐가며 올린다.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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