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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상생협력기금, 국세 보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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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고 민간기업과 농어업인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으로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마지막 해인 지금까지 조성된 기금이 약 3000억원 수준에 그쳐 당초 목표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출연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고, 정부 역시 이를 실효성 있게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부족한 7000억원을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재원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발상이다. 농특세는 국민이 부담하는 조세이다.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할 몫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생도 아니고 책임도 아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애초부터 국가재정으로 조성하는 기금이 아니었다. 자유무역으로 새로운 시장과 이익을 얻은 기업들이 그 성과의 일부를 농어촌과 공유하자는 ‘수혜자 부담 원칙(Beneficiary Pays Principle)’ 위에서 출발한 제도였다. 피해는 농업이 감내하고, 이익은 기업이 누리는데, 부족한 재원을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면 그 원칙은 완전히 무너진다.

더욱이 농특세는 농어업·농어촌의 구조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용하도록 마련된 소중한 재원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미래 농어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기업이 부담하지 않은 상생기금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사용한다면, 결국 농어업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을 다른 구멍 막기에 사용하는 셈이 된다. 이는 농특세 본래의 목적에도 어긋난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자발적 출연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FTA 수혜기업에 대한 출연 의무 또는 이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 제도를 논의하고, 세제 혜택과 공공조달 우대 등을 연계해 기업이 책임 있는 참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부족한 기금을 농특세로 메우려는 쉬운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FTA의 수혜자인 기업이 책임지는 기금이어야 한다. 그 원칙을 지킬 때만 상생이라는 이름도, 자유무역에 대한 국민적 협력도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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