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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는] 기능올림픽⑤ 얼떨결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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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이상락 소설가

1966년 9월. 서울의 한 복장 기술 학원 원장실로 한 젊은이가 주춤주춤 들어선다.

-저, 원장 선생님 되십니까?

-오, 그래요. 젊은이는 어디서 온 뉘신가?

-저는 충청도 대천에서 올라온 이정구라고 하는데요, 시골 양복점에서 저에게 양복 기술을 가르쳐주신 분이 여기 원장 선생님을 찾아가 보라면서 소개 편지를 써 주셔서….

-아, 그 연락 받았어요. 양복 기술을 한 사오 년 배웠다고 했지?

-예. 바지하고 저고리 만드는 것까지 일단 배우기는 했는데, 워낙 시골에서 배운 기술이라…. 그래서 이 학원에서 차근차근 제대로 공부를 좀 해볼까 해서 왔습니다.

-오, 그래? 자네 마침 잘 왔네. 그런데 자네 지금 증명사진 가진 것 있나?

-예. 그런데 갑자기 증명사진은 뭣하시려고….

-9월달에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리는데, 오늘이 원서 접수 마감 날이야. 서울 대표를 세 명 뽑아놨었는데 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서 못 나가게 됐다니까, 자네가 대신 나가라구.

-예? 저는 기술 배우려고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인데 어떻게 그런 대회에 서울 대표로….

-어허,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고 오라는 얘기가 아니라 경험을 쌓고 오라는 얘기야. 아, 뭣하고 있어. 빨리빨리 원서에 이름이랑 적어넣지 않고.

충청도에서 상행선 열차를 타고 처음 상경했던 이정구는, 그렇게 느닷없이 서울 지역의 대표가 되어서 얼떨결에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어떤 행사였을까? 이정구씨로부터 들어보자.

“우리나라에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가 창립된 건 1966년이었어요. 이 위원회가 주관하여 다음 해에 열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갈 국가대표 기능인을 선발하게 되지요. 스포츠로 말하면 올림픽에 나갈 각 종목의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겁니다. 물론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지방 예선을 거치게 돼 있고요. 각 지방 기능경기대회에서 종목별 1, 2, 3위 입상자가 시도를 대표해서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으며,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이 국가를 대표해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죠.”

따라서 서울 예선에 참가한 적도 없는 초보 기술자 이정구가, 느닷없이 서울 대표로 차출되어서 전국대회에 선수로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은, 1966년이 첫 대회였기 때문에 그만큼 행사 진행과 관리가 어수룩했었다는 얘기도 된다. 어쨌든 그해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열렸고, 우리의 양복 기술자 이정구도 대회장인 서울공고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가만있자, 여기는 기계 조립 대회장이고, 저쪽 교실은 미용이고… 양복은 어디서 하지?

복도를 따라 걷던 이정구가 드디어 양복 기능을 겨루는 대회장으로 들어간다.

-각 시도를 대표해서 참가하신 기능인 여러분, 저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양복 분야의 심사 위원장입니다. 지금부터 대회 진행 요령을 설명할 테니까 잘 듣고, 각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양복저고리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부여된 과제인데, 제한 시간은 총 25시간이고, 3일간에 걸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심사위원장의 인사에 이어서 심사위원 한 사람이 단상에 올랐다.

-먼저 여러분 각자의 책상 앞에 놓인 스타일화를 봐주세요. 그 그림에 나와 있는 모양의 양복저고리를 만들면 되는데, 오늘 작업할 재료는 감색 계통 색상의 울입니다. 시작종이 울리면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옷본(Pattern)부터 한 장씩 그려서 제출하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대회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길게 울렸다. 지방 선수들을 인솔하고 온 지도교사들은 복도에서 창문 너머로 자기 지역대표 선수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바라볼 뿐, 대회장 출입은 철저히 제한되었다.

첫날 일정이 끝났다. 이제 선수들은 각기 자기 지역대표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대회장에 나오게 되는데, 설계도면 등을 대회장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드디어 3일간의 대회가 끝나고 입상자를 발표하는 순간이다.

-발표하겠습니다. 우리 양복 분야의 금메달은 전라남도 대표 홍근삼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홍 선수는 내년에 열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됩니다. 자, 우리 모두 박수로 축하해 줍시다!

얼떨결에 서울 대표로, 그것도 대타로 출전했던 이정구는 ‘당연히’ 등위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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