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AI와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로특강을 했다. 미래를 주제로 청소년들을 만나온 것이 한 10년 쯤 됐다. 10년 정도 지났으니 이제 과거의 미래가 지금 도래한 셈인데, 돌아보면 ‘예측’이 맞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최근 몇 년은 반성문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그 당시 미래학이 성행하기 시작해서 앞에 2020, 2030 같은 연도를 붙인 미래보고서가 줄줄이 나왔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직업소멸론이 대중 담론으로 부상한 것도 그 즈음이다.
2013년 옥스퍼드대 한 연구팀이 ‘고용의 미래’란 보고서를 내고 10년 내에 미국에서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유가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군에는 택시운전사, 장거리 트럭운전사, 배달서비스, 콜센터, 물류센터 창고노동자 등이 있었다. 당시 주목받던 테슬라의 무인자율주행기술,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 등 기술혁신 사례가 보고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교사와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인간이 경쟁력 우위를 가진 분야는 육체를 사용하면서도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숙련과 암묵지가 필요한 장인적 작업이었다. 그 말을 들었던 학생들이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피지컬 AI가 그런 일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 한다.
몇 해 전에는 코딩 열풍이 불었고, 초등학생들까지 코딩을 배웠다. 컴퓨터공학과는 최고 인기 학과였지만, 전도유망하던 ‘컴공’의 미래는 금새 암담해졌다. 농민들에겐 ‘스마트 농업’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이 미래 농업의 현실 견본처럼 보여주곤 하던 엔팜, 앱하베스트 같은 글로벌 스마트팜 기업들은 줄줄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업했지만, 그 소식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과 원료비가 상승하자 스마트팜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농업 전자동화가 예상보다 어렵다는 것을 역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지만, 지금도 스마트팜은 미래를 상징한다. 10년 전 전문가들이 10년 이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던 직업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필수노동’임이 드러났다.
지금 불고 있는 인공지능 열풍의 미래를 보려면 이런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에 대한 집중 투자와 산업 육성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3대 메가 프로젝트’도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전제하고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 산업이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고, 이는 더 많은 데이터센터와 GPU 칩을 필요로 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연 이 성장 시나리오는 그대로 흘러갈까.
이미 기업이 인공지능을 채택하는 전환 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고, 업무의 비효율성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기술효용성도 점차 떨어져 챗지피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놀랐지만, 챗지피티-5는 실망스럽다. 대부분 무료 버전 이용자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반면 수익성은 아직 나지 않고 있다.
‘삼전닉스’를 비롯해서, AI 반도체 분야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주가는 1990년대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거품을 연상케한다. 물과 전기를 둘러싼 싸움,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의 유해성과 이에 맞선 지역 주민들의 반대 투쟁, 일자리와 권리를 빼앗기는 노동자들의 저항도 커져갈 것이다.
게다가 시나리오가 그대로 실현돼도 문제다. 자본이 그리는 인공지능 세계, 자본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세계는 생태적으로도 파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미래는 고정돼 있지 않다. 이 세계 속의 인간도, 자연의 생명들도, 슈퍼리치와 엘리트들이 그리는 그림대로 장기판의 장기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하는 강의 제목은 ‘미래가 그렇게 오지 않는다면’이다. 우리는 동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순응을 거부할 수 있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미래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