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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본사 이전 반대···조합원 4천명 광화문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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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지원 재원 잠식·사업 경쟁력 약화”…강제 이전 철회 촉구
이전 가능 인력 460명 불과…법적 지위·협동조합 자율성도 쟁점


(한국농업신문=박현욱 기자)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자 농협 노동자 4000여명이 서울 광화문에 집결했다. 이들은 농협이 이미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춘 민간 협동조합인 데다 본사를 옮기더라도 지역에 이전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이라며 정부의 이전 검토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협 본사 지방 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 범농협 조합원 4000여명이 참여했다. 경기 의왕에 있는 IT본부 조합원과 일부 비조합원도 동참했다. 당초 2000명 규모로 계획됐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이 늘면서 집회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났다.

사무금융노조 NH농협중앙회지부와 금융노조 산하 지부 관계자들도 힘을 보탰다. 참석자들은 농협 본사 이전이 농업인 지원 기능과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인 NH농협지부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 이현식 NH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 성연석 NH농협지부 중앙본부위원장, 서을구 IT본부위원장 등이 연단에 올라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NH농협지부가 본사 이전에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농협의 조직적 특수성에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08개 농축협의 협의와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중앙조직이다. 특정 지역으로 본사를 옮길 경우 지역별 접근성 차이와 이해관계 충돌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농산물 유통과 금융사업의 수도권 연계성도 이전의 걸림돌로 꼽힌다. 수도권은 국내 최대 농산물 소비시장이자 가격 형성과 유통 협력이 집중된 곳이다. 농협 금융계열사 역시 금융기관과 기업, 자본시장 인프라가 밀집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 기능을 일괄적으로 이전할 경우 업무 효율 저하와 인력 이탈, 의사결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농협 임직원 가운데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 근무자는 약 7만명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농협은 이미 전국에 지역본부와 영업점을 두고 있으며 남해화학과 농협홍삼 등 일부 계열사는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반면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인력 1167명 가운데 자산운용과 데이터센터 운영 등 수도권에 남아야 할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이전 가능 인원은 약 460명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본사 이전에 따르는 비용과 혼란에 비해 지역으로 옮겨가는 일자리 수는 많지 않다는 의미다.

막대한 이전 비용도 부담이다. 농협 측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더라도 신축비용 2130억원 이상과 임직원 주거지원비 390억원 이상 등 최소 25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 확보와 각종 이전·정착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사업비는 이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있다.

2016년 단일 시설 신축과 IT시스템 이전에도 4607억원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 농협은 농축협이 출자해 설립한 조직인 만큼 이전 비용이 커질수록 교육지원사업과 농산물 판매 지원 등 농업인에게 돌아갈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지위도 일반 공공기관과 다르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정 대상이 아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도 구성원의 상호부조와 권익 향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을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서 제외하고 있다.

농협법은 국가와 공공단체가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농협 본사 이전을 추진하려면 현행 법체계와 협동조합의 자율성 원칙을 넘어설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농축협과 조합원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전을 강제할 경우 법적·사회적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NH농협지부는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간부 집회를 연 데 이어 이번 광화문 집회까지 투쟁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면담을 추진하고 한국노총·금융노조와 공동 대응도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정부가 농협 본사 이전을 구체화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협 본사 이전 문제가 단순한 기관 소재지 논의를 넘어 농협의 정체성과 농업인 지원 재원, 노동자의 고용·주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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