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유승현 기자]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도시에서도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자립 모델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강원 춘천에서 시작됐다. 사회적협동조합 교육과나눔은 ‘춘천 에너지협동조합 시민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 전국의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사례를 공유하고, 도시형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시민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번 과정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총 3일에 걸쳐 강의와 현장체험으로 진행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자립 사업이 농촌과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에 따른 부담이 농촌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전환이 특정 지역의 희생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과정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농촌 중심으로 추진돼 온 에너지 자립 모델을 도시 환경에 맞게 확장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춘천형 도시 에너지 자립 모델을 모색하는 실천 과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5일 교육에서는 김동규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이 ‘도시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기초 이해’와 ‘재생에너지 정책 및 제도 이해’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의에서는 전국의 주민 참여형 에너지사업 사례가 소개되며 춘천에 접목할 수 있는 모델을 함께 살펴봤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현행 제도와 춘천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가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김 사무처장은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 사례를 소개하며 주민들이 100% 소유한 1MW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월 약 10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양리는 6개 발전시설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발전수익은 마을 공용버스 운영, 무료 공동식당, 마을행사와 문화활동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공동식당은 주민들이 매일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하고 마을 현안을 논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구양리는 앞으로 발전 규모를 5MW까지 확대해 전 주민에게 월 50만원 수준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 서봉마을 사례도 소개됐다. 서봉마을 역시 1MW 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월 약 1000만원의 수익을 바탕으로 마을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70세 이상 주민에게는 월 5만원, 75세 이상 주민에게는 월 10만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향후에는 발전 규모를 2MW까지 확대하고 마을 요양원 조성을 추진하는 한편, 청소년들에게는 월 1회 마라탕을 먹을 수 있도록 ‘마라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성격의 지원인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대별 원탁회의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김 사무처장은 “중요한 것은 월 1000만원의 수익 자체가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주민이 직접 에너지사업의 주인이 되면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사업의 핵심 요소로 부지, 금융, 계통, 사업 주체 등 네 가지를 제시하며, 옥상형과 유휴부지형, 수상형, 혼합형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첫 강의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왜 춘천에서 시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후위기 시대의 지역 에너지 자립 필요성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에너지 전환이 농촌만의 과제가 아니라 도시에서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주민 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윤효주 교육과나눔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농촌 소득 증대나 지방소멸 대응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9월 주민 중심의 에너지협동조합 출범을 목표로 시민 교육과 조합원 모집을 이어가고 있다”며 “에너지 자립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등 춘천형 도시 에너지 자립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