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협개혁을 위한 농업계 전반의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과정에서 갑자기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이슈가 떠오르며 여타 농협개혁 의제를 잡아먹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부터 지방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본부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종종 제기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호남지방 국회의원들은 호남 쪽으로, 영남지방 국회의원들은 영남 쪽으로 농협중앙회 본부를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현행 농협법 제114조는 농협중앙회 본부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 중)한 바 있다.
최근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이전 대상 중 농협중앙회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모 언론에선 정부가 전남광주 나주시로 농협중앙회 이전 후보지를 낙점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일단 정부, 정확히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 국토부)는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농협중앙회 특정 지역 이전설은 여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농협중앙회 구성원 다수는 중앙회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위원장 직무대행 이현인, 농협중앙회 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농협본사 지방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약 4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농협중앙회 노조 구성원뿐 아니라 비조합원인 농협 직원들도 대거 참가했다. 그만큼 지방 이전 반대 분위기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기준으로 ‘공공기관’이 아닌 ‘상호부조 기관’인 만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며, 설령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 치더라도 중앙본부 인력 1167명 중 자산 운용인력, 데이터센터 운용인력 등 수도권 존치 필수부문을 제외한 이전 가능 인력은 460명 수준에 불과하므로, 사회적 비용까지 감수하며 이전하더라도 지방경제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농협 측이 특히 강조하는 점 중 하나는, 정부에 의한 본부 강제 이전이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규정하는 ‘협동조합 7대 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농협 구성원들의 의사와 무관한 본부 이전은 ‘농협 자율성 침해’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농협 자율성 침해’ 논리는 앞서 1차 농협개혁안 중 하나로 대두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 독립’ 건에 농협 측이 강력히 반발하며 내건 논리이기도 하다. 농협중앙회 상층부는 ‘자율성 침해’ 논리를 감사위 독립 등 농협개혁안에 반대하는 논리로도 내세웠던 바 있다.
한편 국토부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이전 대상 조직이 어디로 논의되는지를 비롯한 구체적 정보를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타 정부 부처에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다 보니 ‘카더라’만 무성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각 지역에선 필요 이상으로 기대감을 부풀리며, 해당 지역들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하면서, 정작 농협개혁 논의가 묻히게 된다는 점은 현장 농민들에게 도움 되는 상황은 아니다.
농협개혁 논의 과정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농협본부 지방 이전 건은 농협개혁과 하등 상관이 없는 의제임에도 정치권에서 이 사안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러다간 정작 필요한 농협개혁 의제에 힘을 싣기 어려워진다”며 “현장 농민에게 도움되는 방향의 농협개혁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쓴소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