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최근 농협개혁 논의 과정에서 경제사업 활성화 및 조합·조합원 제도개선 방안과 함께 이야기되는 핵심 과제로 ‘농협 지배구조 개혁’ 건을 빼놓을 수 없다. 농협 지배구조 개혁 논의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2012년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래 농협조직의 골간을 이루는 양대 지주(경제·금융지주)체제가 농민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체계였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론 현 양대 지주체제를 ‘기능별 연합회’ 체제로 개편해, 협동조합의 본래 가치인 ‘조합원 필요 충족을 위한 상향식·민주적 의사결정체계’를 구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회 체제 개편 주장이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다. 농협중앙회라는 중앙조직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채 1100개 이상의 전국 회원조합(지역 농축협)을 사실상 통제하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회원조합 대상 통제 과정에서 무이자자금 등이 일종의 통치자금처럼 활용된 전례도, 지역농협이 농민조합원 대신 농협중앙회 눈치만 보며 사업을 펼쳐왔던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는 2012년 농협 신경분리 이후에도 이어져 왔다.
농협이 신경분리 당시 내건 최대 명분은 ‘경제사업 활성화’였다. 그러나 신경분리는 농협이 지향해야 할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 구축 방향에도 역행했고, 경제사업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농협경제지주의 영업손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농협조합장 정명회·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농협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경제사업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본부를 경제지주로 바꾸고, 자회사를 신규 설립하고, 투자를 확대한다 해서 갑자기 판매사업 능력이 제고될 리 없다. 오히려 자회사 설립을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이 적자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한 농협경제지주의 지배구조 상 한계(낙하산 인사·전문성 결여·보수적 조직문화·지주사 분담금 부담 등)로 자회사의 발전이 저해된 점, 중앙회 경제사업에 대한 회원조합의 접근성이 오히려 약화된 점, 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수익으로 경제지주 적자를 메워주는 ‘금융사업 의존구조’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경제지주의 자립 노력이 부족했던 점 등을 함께 거론했다.
농협개혁을 고민하는 농민·전문가들은 농협조직을 상향식 의사결정이 가능한, ‘협동조합적 지배구조’ 하의 조직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연합회 체제로의 개편’을 주장해 왔다. 특히 현 농협경제지주를 ‘경제사업연합회’로 개편해, 회원조합 중심의 상향식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자는 게 골자다.
박진도 교수 역시 △중앙회는 회원조합 지도·지원, 대정부 농정활동, 전국 농협조직 단위 정보통신·전산망 통합 관리, 각종 조사·연구 등 비사업적 기능 전담 △경제·금융지주는 중앙회로부터 독립한 회원조합연합회로 개편 등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주장한 바 있다. 경제지주의 경우 경제사업연합회로 개편해 ‘지역농협 → 시도연합회 → 경제사업연합회’로 이어지는 상향식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농민단체 중 농협 지배구조 개혁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윤일권, 전농) 역시 경제지주를 연합회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농협개혁 논의를 주도 중인 민관 합동 농협개혁추진단에서도 향후 지배구조 개혁 과정에서 양대 지주를 장기적으로 기능별 연합회로 분리해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연합회 체제로의 개편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건 아닌 만큼, 개편 방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경제사업연합회 전환을 촉구하는 위원들이 있는가 하면 △경제지주에 사업연합회적 요소 도입 △연합회 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주장하는 위원들도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는 양대 지주 체제의 연합회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회 체제로 바뀌면 신용사업 수익을 경제사업에 지원하는 현행 교차보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협은 한국 농업의 낮은 국제경쟁력과 농협의 취약한 수직계열화 수준을 고려할 때, 경제지주가 경제사업연합회로 분리될 경우 자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 전문화를 바탕으로 농협이 영리기업에 버금가는 자본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농은 현재의 양대 지주 체제가 경제사업을 금융사업에 종속시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고 품목 중심의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하는 것이 농협개혁의 핵심이자 완성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