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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머니에 돈이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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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취재 과정 속 이곳저곳에서 지켜보고 들은 바 농어촌기본소득의 효용은 놀랍다. 비록 그 와중에도 볼멘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농업·농촌 정책 가운데 묻는 이 대부분에게 ‘그래도 반갑다’ 수준의 반응을 얻은 사업을 쉬이 본 적이 없다. 극소수로 설정된 보조사업 대상, 지역에서 밀어주는 특정 품목 생산자가 아니라 지역에 사는 누구나 체감이 될 만한 수혜를 누리게 한, 농촌 정책으로는 사실상 첫 번째 사례여서가 아닐까 싶다.

시범사업지에선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부터 제도의 연속성 여부를 걱정·기대하고 있고, 다음 공모에서는 기필코 대상에는 오르고자 벼르는 지자체도 줄을 섰다. 그 바람들대로 69개 인구감소지역군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현 지급액 기준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5조원의 총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분담 비율 아래 국비만 놓고 봐도 2조원이 필요한데, 적잖은 규모다 보니 일각에선 올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농특세 수입은 지난해 대비 정확히 두 배 수준, 금액으로는 무려 9조원 이상이나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농특세는 부동산·증권 등 각종 자산의 구입이나 보유에 있어 발생하는 세액 혹은 감면세액의 일부를 원천징수해 얻는 재원이다. 즉 실물경기가 후퇴하면 언제든 그 규모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회만 있으면 주식시장을 합법적 투기판 삼는 사회적 풍토를 어찌하지 못한 채, 최근 주식시장의 활기 역시 역대급 증시불안으로 곧 탈바꿈했다. 증시 활황을 부른 반도체산업 자체가 필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대표적 주기(싸이클) 산업이라는 점을 빼놓고 봐도,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 추가 세수를 대규모 고정지출에 투자하자는 얘기는 솔직히 말해 설득력이 별로 없다.

본래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기반시설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설계된 목적세로 걷히는 농특세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계정·임업진흥사업계정·농어촌특별세사업계정 등으로 ‘갈 곳’이 정해져 있고, 그 때문에 세수 증가상황에서도 최근 심화한 농업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투자처에 쓰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 ‘칸막이’를 없앨 필요 자체는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적절하고 가장 시급한 추가 용처의 예는, 최근 툭하면 수매대금 정산지연 사태가 벌어지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안정화 정도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소위 ‘필수농자재법’이 이제 막 제정돼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바, 빈번한 축산사료·에너지·농자재값 불안을 덜어줄 기금 등의 마중물과 재원으로 활용해도 좋겠다.

농민들은 (아마도 의도치는 않았을) 수급정책의 실패나 국제정세에 따른 생산물가 폭등 등의 불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감당·해소하려는 모습을 가장 보고 싶어 한다. 더군다나 주머니에 돈이 조금 있을 때라면, 그 아쉬움의 크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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