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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기상이변 속 사료용옥수수 종자 생산 전략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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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자사업팀장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농업 생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잦은 이상 저온현상은 작물 생산뿐 아니라 종자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사료용옥수수와 같은 조사료 작물은 종자 생산이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특성이 있어 안정적인 종자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조사료 생산 확대 정책이 추진되면서 사료용옥수수 재배면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략작물직불제에 하계 조사료 재배가 포함되면서 논을 활용한 사료용옥수수 재배도 확대되는 추세다. 사료용옥수수는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높고 사료 가치가 우수해 축산 농가에서 선호도가 높은 작물이다.

실제로 국내 사료용옥수수 재배면적은 최근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약 8600ha 수준이던 재배면적은 2018년 1만3400ha로 확대됐고, 2023년에는 약 1만6000ha 수준까지 늘어났다. 수입 조사료 가격 상승과 사료 자급률 제고 정책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육성된 사료용옥수수 품종은 수입 종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우리나라 재배환경에 대한 적응성도 뛰어나 농가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국산 품종 보급량은 2009년 46톤 수준에서 2023년 120톤으로 증가하며 종자 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배면적과 국산 품종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안정적인 종자 공급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종자 생산이 여전히 기상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옥수수는 타가수정 작물로 수정 시기의 기상 조건이 종자 생산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수정시기인 7월 전후에 연속 강우가 발생하거나 고온 또는 저온 피해가 나타나면 수정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종자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이러한 이상기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종자 생산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사료용옥수수 종자 채종량은 약 38톤으로 계획 대비 54%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산 종자 자급률 역시 크게 하락할 수 있다. 2023년 약 30% 수준이던 자급률이 2024년에는 10%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처럼 국내 채종 기반만으로는 기상이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안정적인 종자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해외 채종 체계 구축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채종은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을 해외의 적합한 기후 조건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특정 지역의 기상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재배 시기가 달라 종자 생산 시기를 분산할 수 있어 기상이변 대응 전략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옥수수 종자 생산에 적합한 기후 여건을 갖추고 있어 연중 두 차례 종자 생산이 가능하다. 평균 기온이 17~28℃ 수준으로 옥수수 생육에 적합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강수 패턴 또한 건기와 우기가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돼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에 유리하다. 특히 베트남은 국내 채종이 완료된 이후에도 겨울철 종자 생산이 가능해 국내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감소 발생 시 부족 물량을 보완할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종자 수급 안정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베트남의 생산 여건과 해외 채종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베트남 국립옥수수연구소(NMRI)는 공동으로 해외 채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인 ‘광평옥2호’ 종자를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며 생산된 종자는 내년 3월 이전에 국내로 도입될 예정이다. 올해 베트남 현지에서는 약 25ha 규모의 생산포장을 확보했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국내 종자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국산 사료용옥수수 품종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최초의 본격적인 해외 채종 사업으로, 국내 기상이변에 대응한 종자 생산체계 다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해외 채종은 단순히 부족한 종자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조사료 산업 전반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종자 수급 안정성 확보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종자 생산 기반을 국내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취약한 구조다. 해외 채종을 통해 종자 생산 기반을 다변화하면 국내 기상이변으로 인한 종자 부족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둘째, 국내육성 품종 보급 확대이다. 안정적인 종자 공급 기반이 구축되면 농가의 품종 선택 폭이 넓어지고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국내 육성 품종은 수입 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 축산농가의 종자 구입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조사료 생산 기반 강화이다. 사료용옥수수는 조사료 자급률 향상을 위한 핵심 작물이다. 연간 종자 소요량은 약 400톤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안정적인 종자 공급이 뒷받침돼야 재배 확대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넷째, 기후위기 대응 종자 비축체계 구축이다. 사료용옥수수 종자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비축물량 확보도 필요하다. 연간 종자 소요량 약 400톤을 기준으로 최소 20% 수준인 80톤 내외의 비축물량을 확보할 경우,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다음 연도 공급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 시대에 종자는 식량안보와 축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다. 특히 사료용옥수수는 국내 조사료 자급률 향상과 수입 사료 의존도 완화를 위한 전략작물로서 안정적인 종자 공급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료용옥수수 해외 채종은 단순히 생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 위험을 분산하고 안정적인 종자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종자 생산 모델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국내 채종기술 고도화와 해외 생산기반 다변화, 종자 비축체계 구축이 함께 추진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종자 공급체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국내 조사료 생산 확대와 축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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