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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끼웠다더니…결론은 양수발전소 건설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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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일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 대회의실에서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등 강원도 홍천 풍천리 주민들과 가진 간담회 직후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으며 간담회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김 장관은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 과정에 이렇다 할 법적 하자가 없었다며, "법적 하자가 없다면 (양수발전소 사업은) 추진한다"고 답해 주민들의 강력한 규탄에 직면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일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 대회의실에서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등 강원도 홍천 풍천리 주민들과 가진 간담회 직후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으며 간담회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김 장관 뒤쪽의 시민은 '풍천리를 그대로!'라 쓰인 손피켓을 들고 김 장관에게 항의했다.김 장관은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 과정에 이렇다 할 법적 하자가 없었다며, "법적 하자가 없다면 (양수발전소 사업은) 추진한다"고 답해 주민들의 강력한 규탄에 직면했다.

100년 된 잣나무 약 11만 그루를 베어버리고 들어설 양수발전소는 과연 ‘기후정의’에 부합할까? 마을 주민들은 그러한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는 걸 원치 않는다. 마을과 함께 자라온 잣나무 11만1999그루를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건 주민들 앞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장관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기후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의견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이며 “법적 하자가 없다면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주민들은 정부를 향한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한수원의 양수발전소 건설 시도에 맞선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주민들의 투쟁이 2019년 이래 8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5일 풍천리 주민들이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달 4일, 풍천리 현장을 방문한 김 장관은 “처음에 사업 단추가 잘못 끼워진 듯하다”, “여기는 애초에 안 했어야 될 지역 같다” 등의 발언을 하며, 한 달간 양수발전소 건설과 연계된 이설도로 공사를 중단함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한 의사결정 및 하자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5일 면담은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기후부 차원의 점검이 있고 난 뒤 성사된 일정이었다.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반대위)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은 김 장관 면담 직전까지도 계속해서 양수발전소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며 투쟁을 이어왔다. 풍천리 소재 잣나무숲은 1800ha 규모의 드넓은 숲이며, 국내 잣 생산량의 약 62%를 감당하는 공간이다. 풍천리 주민의 약 80%는 잣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양수발전소 건설 시 마을 수몰 및 잣나무숲 훼손 가능성이 크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수원의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은 주민들로선 삶을 위협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반대위는 정부와 홍천군(군수 신영재), 한수원이 그동안 양수발전소 사업 관련 인허가 서류의 공개를 거부한 점, 양수발전소 사업 허가가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부댐 건설을 위한 56번 국도 이설 공사를 강행하는 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정관, 산자부)가 양수발전소 건설을 인가하는 과정의 공정성 문제 등이 남아 있음을 강조한다. 인허가 주체였던 김정관 산자부 장관은 양수발전 관련 기기를 제작하는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인 만큼, 인허가 과정의 의혹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주민 다수의 입장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명목 아래 10만 그루 넘는 나무를 베어낼 ‘생태학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컸음에도, 그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기회는 없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처음으로 풍천리를 방문해 사업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취지로 발언하니, 주민들로선 양수발전소 사업 과정의 전면 재검토 및 부적절한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리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싹틀 법도 했다.

양수발전소 반대투쟁에 함께하는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 및 이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 입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향해 양수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수발전소 반대투쟁에 함께하는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 및 이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강홍수통제소 입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향해 양수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의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에 연대하러 강원도 인제군에서 온 채효정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이 5일 기자회견 중 풍천리 주민들과 연대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풍천리 주민들의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에 연대하러 강원도 인제군에서 온 채효정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이 5일 기자회견 중 풍천리 주민들과 연대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5일 오전, 풍천리 주민 및 그들과 연대하는 시민 약 30여명은 한강홍수통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차 김 장관을 향해 양수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김 장관을 향해 △7월 4일 풍천리 방문 뒤 한 달간의 사업 검토 결과 투명 공개 △정부 차원의 공익적 결단으로 양수발전소 사업 즉시 백지화 △사업 종료와 산림 복원, 주민 삶 회복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계획 제시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한강홍수통제소 내 대회의실에서 풍천리 주민들과 김 장관 간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기후부는 △양수발전소 사업 추진 과정에 이렇다 할 법적 하자는 없었음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 과정에서 홍천군·홍천군의회 차원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주민설명회, 사회단체 및 주민의 유치찬성 서명부 확보, 홍천군의회 동의 등) 거쳤음 △반대 의견수렴에 부족함은 있었으나 그 자체로 인허가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보긴 힘듦 등의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기후부는 양수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 시 약 3000억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건설 백지화를 결정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또한, 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한 산림 ‘상태 변경’ 결정에 사실상 산림청이 동의했다는 점도 기후부 설명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장관은 “법적 하자가 없는 한 (양수발전소 사업은) 추진한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해 ‘일부’ 산림이 훼손될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 전환이 시급한 만큼 양수발전소 건설은 ‘법적 하자가 없는 한’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양수발전소 건설 과정의 주민 생활환경 피해 및 환경파괴 등은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매년 사후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김 장관 및 기후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한 달 전 김 장관이 사업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음에도, 정작 이후 한 달간 주민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정부 차원에서 파헤치려는 노력도 없이, 한수원과 홍천군의 의견을 받아쓴 수준의 결론을 내놓은 것에 대한 주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컸다. 주민들은 빗발치는 항의를 뒤로 한 채 간담회 자리를 황급히 뜨려는 김 장관을 강하게 규탄하며, 재차 ‘양수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 및 ‘건설 추진 과정의 각종 의혹 진상규명’, 그리고 ‘생태학살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주민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알파인스키 경기장 건설 목적으로 훼손된 전례를 상기하며, 이번엔 풍천리에서 양수발전소 건설을 어떻게든 강행하고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잣나무숲을 훼손하려는 ‘합법적 생태학살(채효정 강원녹색당 운영위원장의 표현)’이 반복되려 한다고 규탄했다. 주민들은 모든 것을 걸고 양수발전소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다시금 투쟁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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