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청양’이라는 이름만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거나, 아예 존재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충청남도 청양군의 농민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알리고, 청양이라는 공간으로 초대해 그 매력을 느끼게 만들고자 지난 5년간 분투해 온 이들이 있다. 이른바 ‘농촌에디터’란 이름 아래 청양 농민, 나아가 청양이라는 지역의 이야기를 도시민에게 전달해 온 청년들이다. 장장 5년간 진행된 ‘농촌에디터’들의 실험은 일단 막을 내렸지만, 청양 주민 및 실험 주체들은 이 실험이 어떤 식으로건 재개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청양군, 청양 사회적공동체 특화단지 역량강화사업단(더테이스트 청양)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가운데 2022년부터 진행된 ‘더테이스트 에디트’ 프로그램은 청양군을 지속가능한 미식 도시로 만들려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더테이스트 청양은 농사펀드·내일의식탁·곡물집 등 지속 가능한 미식 관련 플랫폼 운영 주체들이 참여한 일종의 컨소시엄이었다.
농민과의 지속적 교류 및 농민의 ‘이야기’에 기반해 운영 중인 농산물 유통 플랫폼 ‘농사펀드(대표 박종범)’가 기획한 더 테이스트 에디트 프로그램은 로컬에디터, 즉 지역 기록자들이 청양의 이야기를 글·사진·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며 청양이라는 공간을 도시민에게 생생히 알리려는 취지 아래 시작됐다.
농사펀드는 2022년 첫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6명의 에디터를 선발했고, 그해 7~11월에 걸쳐 콘텐츠 기획·취재·촬영 등 에디터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농촌에디터들은 이후 청양 각지의 농민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 및 농산물에 대한 소개 내용을 기록했다. 2022~2024년 동안 총 17명의 농촌에디터가 선발됐으며, 이들에 의해 청양에서 살아가는 농민 64명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농촌에디터들이 기록한 청양의 이야기는 4년간 온·오프라인에 걸쳐 약 46만2000명에게 전달됐다는 게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더테이스트 에디트 운영주체들은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다. 농촌에디터들이 그동안 각자 수집·생산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직접 ‘청양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는 실험이었다. 이름하여 ‘에디투어’, 즉 ‘농촌에디터들의 투어’였다.
주제는 다양했다. 청양 대치면에서 마늘을 수확하는 농활 성격의 투어, 청양의 농장에서 수확한 포도로 ‘포도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투어, 청양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조용히 글 쓰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지역 내 카페·식당을 다니는 투어 등 다양한 에디투어가 진행됐다. 각 농촌에디터의 개성과 감각이 담긴 에디투어였지만, 그럼에도 청양의 농민들을 만나고, 청양의 다양한 먹거리를 맛본다는 것만큼은 기본으로 삼았다.
농촌에디터들은 이와 함께 청양 농산물 시범판매를 통해 총 1468만500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청양의 각종 자원 소개를 위한 펀딩을 진행해 총 2472만9500원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11일 청양읍 사회적공동체 특화단지(옛 청양고추문화마을)에서 청양군·한국농어촌공사·더테이스트 청양 공동주최로 열린 ‘청양맛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던 ‘청양 관계인구 세미나 – 농촌에디터로 실험해 본 관계인구’는 5년간의 더테이스트 에디트 실험을 결산하고 향후 농촌 관계인구를 어떻게 늘려갈 것인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박종범 대표는 그동안의 활동 통계를 기반으로 “1명의 농촌에디터는 3명의 지역 생산자를 발굴했고, 98명의 소비자를 연결했으며, 6000명에게 청양이라는 지역을 홍보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자의 연간 직거래 매출액은 기존 대비 평균 3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농촌에디터의 활동은 지역 생산자에게 나의 일이 ‘지역 미식 자원의 근간이 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전달했으며, (농촌에디터들은) 취향이 비슷한 도시민들에게 지역 생산자와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청양군 청남면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며 '마을여행사 청보리'를 운영 중이기도 한 농민 전귀정씨는 "농촌에디터들이 농사일에 관심 갖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것이 농부 입장에선 정말 좋았다. 농부 입장에서 농사짓는 일, 그리고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얼마나 정성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 준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다"며 "농촌에디터들이 (청양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걸 새로 알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 또는 긍정적 반응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022년 농촌에디터 1기로 참여했던 김수진씨는 '청양고추' 이외엔 배경 지식이 없었던 지역인 청양을 농촌에디터 활동 과정에서 새로이 경험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청양고추처럼) 매콤할 듯했던 지역을 막상 방문해 생산자들을 만나고, 그곳의 기후와 환경을 경험했을 땐 정말 담백하고 맑은 느낌이 들었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서울에서 버스 타고 2시간이면 오니까 청양 같이 가보자'고 해서 제가 아는 식당을 같이 방문하는 등의 경험을 계속 이어갔다"고 밝혔다.
김수진씨는 이어 "향후 청양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의 지나가는 동선(예컨대 청양터미널에서 내린 뒤 나오는 동선 등)에 청양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를 비치하거나 노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밝혔다.
더테이스트 에디트 프로그램은 더테이스트 청양과 청양군 간 계약 기간 종료에 따라 일단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청양 주민들은 “향후에도 관계인구 확대를 위한 농촌에디터 프로그램이 계속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이대로 마무리되는 건 청양으로선 큰 손실이다"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 주체들의 노력 및 외부 전문가 파트너와의 관계 설정 등을 통해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청양군, 나아가 전국 각 지자체 차원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확대·강화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사, 번역, 출처 또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나요?
수정 요청 제출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작물·수입·가격 정보는 추후 제공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