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마을 공동체 위한 한류 혼례 예식](https://cdn.ikpnews.net/news/thumbnail/202607/70952_51087_271_v150.jpg)
옛것을 지킨다는 건 전통사회 경험이 부족한 신세대에게는 고리타분한 일일 수도 있다. 서양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여서 굳이 그를 개탄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에 관한 한 우리는 검은 머리 서양인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우선 문화가 바뀌면 극심한 산업 변동의 충격이 닥친다. 가령 서양의 밀과 옥수수는 우리의 주곡인 쌀 소비를 대폭 감소(60% 수준, 1인당 연 54kg으로 축소)시킨다. 물론 이제 와서 라면, 빵의 유행을 강제 차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입 곡물은 대표적 대량생산 유전자조작물로 건강과 식량파동이라는 새로운 골칫거리를 생성한다. 전통이 바뀐다는 건, 그 내면의 복잡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전통이란 그 지역 인간 삶의 문화적 결정이다. 기후, 지리적 특색에 따라 각 인간사회 규칙과 지역 공동체 유대가 발현하며 그 문화가 대대로 전승된다. 요즈음의 한류가 세계적 문화조류로 대유행이라는데 어떤 연유인가. 교통·통신기술의 발달을 뒤로 하고 내용만으로 보자면 ‘케데헌’에 나오는 김밥, 고궁, 까치호랑이, 도깨비인가. 전통과 유래없는 상업적 이미지 복사, 심지어 그 도깨비란 일본 애니메이션 악귀의 일종 아니었나.
학교에서는 더 이상 민족문화의 유래를 가르치지 않고, 화려한 서양 드레스만이 예식장을 장식한다. 이건 서양문화를 동경하는 일제의 문화유산쯤 된다. 예식장에서 한말씀 하시던 주례도 일제의 산물이다. 당시 조선 전통의 마을 혼례 문화를 통제하고, 지정 장소에서만 식을 올리는 일본식 신도(神道) 결혼식 문화, 황국신민화 사상통제를 강제한 유산이다. 요즈음은 신랑신부가 서로 다독거리는 걸로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결혼이라는 용어도 일제의 유산, 우리는 혼례 잔치라는 말을 사용한다.
혼례는 본래 당사자 간의 일인 동시에 양가 집안의 일이다. 예법을 적용하는 것은 일정한 격식을 갖춰야 경건해지는 성인식이기 때문이다. 원래 청첩이란 최고의 예를 갖춰 정중히 청하는 것, 즉 혼주가 자녀의 혼인을 고하고 초빙하는 것이다. 요즈음 대세인 혼인 통지 앱은 주로 업자에 의해 배포되어 혼주의 초청 예가 거의 생략된다. 아무도 교정하지 않으나 무례한 일이다. 전통 한류는 혼례 절차를 잘 알아 이를 주도하는 마을(친지) 어르신을 길눈이 밝다 하여 길눈이라 부른다. 먼저 ① 잔치를 알리는 사물 길놀이 후 나무 기러기 한 쌍을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전달하고, 양가 어머님이 초를 밝혀 예식이 시작된다(신부 아버님이 신랑에게 신부를 양도하는 형식은 서양 봉건제 가부장사회 가습). 우리식은 ② 신랑각시 동서 방향에서 동시 입장(또는 신랑은 말, 신부는 꽃가마)한다. ③ 신랑각시 맞절하고 초례주(또는 합환주)를 마신다. ④ 길눈이는 만고에 성혼 선포. 신랑각시는 신부측에 먼저 큰 절 후 신랑측에 큰 절, 양가 아버님이 축하객들에 고마움을 전하고 인사. ⑤ 신랑신부는 함께 인생 첫 걸음, 큰 발로 성큼 행진(한발떼기)한다. 이를 한자어로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라고도 하나, 유교사회가 아닌 이 시대는 한글 사용이 좋다. 신랑은 사모관대 혼례 예복을 입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깨끗한 두루마기, 신부는 사정에 따른 치마저고리면 족하다. 혼례가 끝나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져 밤새도록 잔치를 벌인다. 오늘날 이틀거리 전통 잔치가 남아 있는 지역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전통 혼례 고수 주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 문화에 자부심 없는 민족, 글로벌 세계인이라는 허상은 정처없는 유목민 신세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류의 정체란 세계를 적대하지 않고 치유하고 나를 찾는 공동체 민족문화 전통의 자부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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