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이제는 농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과감한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 1년 농정의 성적표는 농산물 산지 가격의 처참한 폭락이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무회의 때 계란 가격 하나 잡지 못한다고 다그칠 뿐 정작 가격 폭락으로 영농 의욕조차 잃어가는 농민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소비 부진이나 일시적인 생산량 증가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정부의 뒷북 정책도 문제지만 근본적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 농산물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엔 생산자와 소비자를 완전히 소외시킨 채 유통인들의 이익만을 대변해 온 기형적인 유통 구조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통 구조 자체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발견해 낼 수 있다.
현행 도매법인이든 시장도매인이든 최근 도입된 온라인 도매시장이든 이들은 모두 유통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간의 유통개혁은 수단인 유통 주체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탓에 정작 합리적 가격 발견이라는 본질적 접근이 아닌 ‘어떤 방식이 옳은가’라는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몰됐다. 이제 대안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생산량과 가격을 미리 협의하여 조절 생산·유통하는 상대매매 방식을 유통 정책의 근간으로 설정하자. 모든 유통 주체가 이를 실현해 나가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기존 거래 방식과의 경쟁을 통한다면 유통의 공공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정에서 정부가 시장을 방관하지 않고 조절자 역할을 맡는다면 지금의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또한 농산물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재라면 지방정부의 역할도 새로 정립돼야 한다. 특히 기존 농협이 생산자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자체가 주도하는 공공 유통 플랫폼 구축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봐야 한다. 농산물 유통개혁의 진정한 목적은 농민의 생산지속을 유지하면서 식탁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한 발상 전환과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