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장에서 들려온 황당한 소식은 농업예산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이 부족해 밀 수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소식이었고 이 소식은 현장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올해 양파·양배추·대파 등 농산물가격 폭락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가격과 수급정책의 기본 재원이 되는 농안기금이 불안하다는 것은 농업정책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 단순히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농민들에게 수매대금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수매대금이 들어와야 농작물 생산을 위해 빌려 사용했던 각종 자재대금과 인건비, 부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금 지급시기가 늦을수록 이자는 늘어나고 현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농민들의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금위탁관리기관이자 수매사업을 맡고 있는 기관의 대응은 아쉬움이 컸다.
이번 밀 수매대금 지연 문제는 현장의 빠른 문제제기와 많은 사람의 분주한 노력으로 다행히 늦지 않게 지급되는 것으로 해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콩 대금 지연 문제도 그렇고 농안기금이 부족하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문제를 해프닝처럼 넘길 수만은 없다. 농안기금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치됐다.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과 가격안정, 유통구조의 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조성·운용하는 기금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7개 기금(농산물가격안정기금, 농지관리기금, 축산발전기금, 농업농촌공익증진직접지불기금, 자유무역이행지원기금, 농어업재해보험기금, 양곡증권정리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 중 농안기금 예산규모는 직불기금, 농지관리기금 다음인 세 번째다. 농안기금은 불확실성이 큰 사업들을 다루는 만큼 여유 있게 구축돼야 목적에 맞게 운용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농식품부 2026년 예산안 설명서에 따르면 2025년 농안기금 여유자금 규모(말잔)는 1593억원이며 2026년 예산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계획돼 있다. 매년 특별회계에서 전입해서 사용하는 방식도 취하고 있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안정적이지 못했다. 농안기금의 수입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농업의 불확실성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농업활동이 이뤄지도록 농안기금의 안정적 수입구조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