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풍구질](https://cdn.ikpnews.net/news/thumbnail/202607/70986_51131_4521_v150.jpg)
‘풍구’는 바람을 일으켜 곡물에 섞인 먼지나 겨, 쭉정이 등을 제거하는 농기구의 이름이다. 이 농기구를 사용하는 행위를 ‘풍구질’이라고도 했다. 전북 순창군 풍산면에서는 ‘풍구’를 ‘풍산친구’의 줄임말로도 사용한다. 2024년 상반기에 창간호를 발간, 1년에 2회 풍산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면 신문의 이름도 ‘풍구’, 최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면 지역 주민들의 소비처 확보를 위해 시작된 장터의 이름도 ‘풍구’다.
‘풍구장터’는 2026년 5월에 시작한 이후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사실 ‘풍구장터’는 농어촌기본소득이 시행되기 전부터 준비됐다. 풍산면에는 주민들이 식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거나, 정보를 교환하거나, 다른 마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풍산면은 순창읍과 인접해 있어서 원래 ‘풍산장’이 없었다고도 한다. 옛날에 모든 사람이 산 넘고 물 건너 걸어서 시장에 가던 시절이니 풍산면 주민들이 순창읍장에 걸어간다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도 많지 않아서 걸어 다니는 게 지금처럼 위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도로에 위험천만한 것이 너무 많아서 젊은 사람들도 걸어 다니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다. 게다가 시골길에는 ‘인도’도 없어 ‘목숨 걸고’ 걷는다. 2026년 오늘 면 소재지에 시장이 서지 않는 문제는 1960~1970년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또 ‘새벽배송’, ‘로켓배송’도 면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야심한 시각에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지는 국가대표 경기를 보다가 중간에 치킨 광고가 나와도, 농촌에서는 충동구매에 대한 작은 미련도 없다. 농촌은 ‘식품사막’이 된 지 오래고, 면 단위 주민들은 ‘쇼핑난민’이 된 지 오래다. 드론이 택배를 배송하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활개 하는 세상에 저녁 외식할 곳이 하나도 없는 곳이 바로 면(面)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했지만, 시장경제가 무너졌고 경제사회서비스 인프라가 없는 면 단위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정부의 정책상 면 거주 주민은 면 안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이는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이를 읍과 면의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읍으로 사용처를 확대하라고 요구한다.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면 주민은 면 내에서 소비로 제한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면 단위 시장경제와 경제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해 결국에는 정주 인구 유입으로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의 목표 실현이 달성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다. 당장 소매점, 미용실, 세탁소, 병원, 약국 등 경제사회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풍구장터’와 같은 주민주도 ‘사회연대경제’가 자리 잡고 활성화되도록 행정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장터를 운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시설과 장비,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예산과 홍보,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본소득의 사용을 5만원으로 제한해 당장은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모쪼록 풍산이라는 작은 면에서 쏘아 올린 ‘풍구장터’라는 작은 공이 농촌이 직면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관계의 단절,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생활·문화·경제·돌봄이 순환하는 지역공동체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일컫는 말이 ‘풍구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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