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길바닥에 버려진 농부들의 피땀](https://cdn.ikpnews.net/news/thumbnail/202607/70983_51117_2514_v150.jpg)
트럭에 싣고 온 양파, 양배추, 호박, 오이, 가지를 농민들이 한 자루 한 자루 쌓았다. 눈물이 왈칵 솟는 걸 참았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일이 힘든데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재난으로 농민들은 하루하루 전쟁이다. 비가 너무 안 와 하늘만 쳐다보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폭우가 내리기 일쑤다. 따듯한 게 아니라 더운 봄날이 계속되다 갑자기 추워져 꽃봉오리가 열리려다 누렇게 말라 떨어진다. 중매쟁이 노릇을 하는 벌나비들도 갈수록 줄어든다. 그렇게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팔수록 손해를 보니 청와대 앞에 쏟아붓는다.
‘농자재값 폭등! 농산물 가격 폭락! 근본대책 촉구! 7.7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포스터에는 사전행사로 농산물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고 돼 있었다.
“오늘은 저희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대회를 위해 폭락한 농산물을 농부들이 파는 가격 그대로 시민들에게 팔았습니다. 피땀 흘려 농사지은 걸 갈아엎느니 국민들에게 왜 양파밭을 갈아엎고 양배추 수확을 포기하는지 알렸습니다. 이제 청와대로 행진해 폭락한 농산물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반납하겠습니다.”
농민들이 받는 가격이 양파 1㎏ 한 자루 650원, 직거래장터에서는 1000원에 팔았다. 농민들이 180원 받는 오이는 한 개에 200원씩 팔았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공기 쌀값으로 농민들은 대체로 300원이 안 되는 가격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번 전국농민대회에서는 윤석열정부 때 농민들이 외쳤던 CPTPP 가입 반대 구호도 다시 등장했다. 미국이 주도했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이후 일본 주도로 만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말하는데 이재명정부에서도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부들이 시위를 하면서 농산물을 아스팔트에 내팽개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봤던 풍경이다. 2002년 FTA 반대 전국농민대회가 끝난 뒤 경찰이 막아 놓은 여의도 대로 차선 가득 오이, 호박 같은 채소들이 깔렸다. 이번 청와대 앞 시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이 깔렸다. 농산물이 아까워 주워다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때는 농사짓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때라 아스팔트에 깔린 농부들의 피땀을 알아보지 못했다.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정부 때 우루과이라운드(UR) 반대 투쟁이 있다. 1993년 대구·경북에서 시작해 다음 해인 1994년 2월 1일 대학로에서 열린 ‘국회비준거부 UR 재협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는 폭동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시위였다. 미국 등 해외 농민단체 대표들도 집회에서 연대발언을 했고 우리나라 농민들도 해외로 가 원정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UR, FTA, 지금의 CPTPP까지 농민들의 요구대로 반대 혹은 불참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같이 농업을 포기한 대가로 대기업 중심의 공업을 배불리 먹이는 협약을 체결했다. 체결이 더해질 때마다 농민들의 짐은 더 무거워졌지만 그걸 해결할 농업정책을 내놓은 정부는 없었다. CPTPP 가입도 무거운 짐을 추가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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