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농지조사, 농협개혁 등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이재명정부가 가장 자신 있게 꼽는 농정 성과는 ‘쌀값 회복’이다. 매년 20kg 소매가격 5만원을 넘기기도 버거웠던 쌀값이 한때 6만원대 중반까지 찍은 건 확실히 모처럼 농민들의 숨통을 틔워 준 일이었다. 이는 농민들이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 요구해 온 ‘최소한의 쌀값’에 근접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정황은 굉장히 찝찝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쌀 수확기 직전 “쌀값 6만원은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쌀값 상승을 견제했다. 그런데 이후 쌀값이 6만원을 넘어서자 돌연 농민들의 목소리에 기대 “쌀값 상승이 아니라 쌀값 회복”이라며 이를 농정 성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즉 2025년산 쌀값 회복은 농식품부 입장에선 의도치 않은 ‘사고’였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농민적 관점’을 차용한 것이다.
그걸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게 올 초부터 이어져 온 채솟값 연쇄 폭락이다. 진심으로 농민적 관점에서 수급정책에 임했다면 주요 채소류가 하나도 빠짐없이 폭락하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어디 채소 뿐인가. 밀·콩 정책의 방관·퇴보와 콩나물콩 TRQ 증량 등에서 보듯 현재 농산물 전반의 수급정책엔 쌀에 준하는 성과를 내려는 절박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책은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장격리·방출 등의 수급정책도, 새로이 시행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도 목표로 삼을 가격을 제대로 설정해야 정책의 절박함,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성실한 반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 가격은 물론 농민들이 정상적으로 농업을 지속할 수 있게끔 하는 농민적 관점의 가격이어야 한다. 농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공정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주요 농산물 품목마다 공정가격을 확립해야 할 때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쌀값이 다시 6만원 아래로 폭락했을 때 송미령 장관의 입에선 틀림없이 “평년 수준 가격”, “쌀값 안정”이라는 자랑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기자수첩] “쌀값 회복”, 그 낯간지러움](https://cdn.ikpnews.net/news/thumbnail/202607/70980_51114_238_v15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