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밭에 나갈 땐 꼭 자녀나 이웃에게 말하고 나가야 해요. 한낮엔 절대 무리하지 말고요.”
이달 중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2리경로회관. 여성농민 장덕녀(67)·최병화씨(66)의 목소리가 경로회관 안에 또박또박 울려 퍼졌다. 어르신들이 혹여 이야기를 놓칠세라 두 사람은 평소보다 한층 큰 목소리로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설명했다.
이어 ‘쿨링키트’와 부채를 한 사람씩 손에 쥐여주며 비온 뒤 습한 날씨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쿨링키트는 물병 모양 용기로, 안에는 이온음료 분말과 ‘쿨링스카프’가 담겼다. 부채엔 온열질환 자율점검 항목이 표시됐다.
장씨와 최씨는 지역 선도농민 가운데서 뽑힌 ‘농민 온열질환 예방요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농민단체 소속 선도농민 중 1149명(남성 164명, 여성 985명)을 온열질환 예방요원으로 위촉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전국 도지역 9곳과 시·군 91곳 등 100곳에 한곳당 2000만원씩 모두 20억원을 신규 투입했다.
예방요원들은 거주지를 중심으로 담당 읍·면을 정해 평소엔 주 1∼5회 정기 예찰하다가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2인1조로 현장점검을 강화한다. 농민 안부를 확인하고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안내하는 한편 폭염단계별 행동요령과 응급처치법 등을 전달한다. 활동 기간은 6∼9월이다. 농진청은 예방요원의 안전을 위해 한낮엔 마을회관 등 실내활동을 위주로 하고, 하루 최대 4시간만 활동하게 했다.
오송2리경로회관을 나선 장씨와 최씨는 곧바로 차에 올라 인근 애호박 시설하우스로 이동했다. 이 시설하우스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10여명 있었는데 예방요원들은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뜻으로 직접 물을 들이켜는 동작을 보여줬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목에 쿨링스카프도 하나씩 둘러주자, 밝은 표정으로 스카프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농민 김연수씨(오송바이오작목회 부회장)는 “예방요원들이 직접 찾아와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알려주니 작업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쿨링키트에 ‘쿨링조끼’ 같은 장비가 포함되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한달 이상 흥덕구 농촌 곳곳을 누빈 결과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농협이나 읍·면사무소 안에 설치돼 있어 업무시간 이외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위기상황에서 AED를 자유롭게 사용할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행한 김상경 농진청 차장은 “여름철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농사일을 할 때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체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엔 예산을 늘려 더 많은 시·군에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조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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