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홍천군에선 이에 아랑곳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수당’을 위한 주민조례 청구안 발의를 성사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홍천군정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으며 의회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이에 홍천군주민수당운동본부(청구인대표 남궁석, 운동본부)가 홍천군과 군의회의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일단 홍천군의회 측은 조례의 조기 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조례 제정운동을 선포한 운동본부는 올해 2월 2일까지 홍천군 인구 14%에 해당하는 9095명의 동의 서명을 모아 ‘홍천군주민수당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주민수당은 핵심 의제로 떠올랐고, 이후 당선된 신영재 군수 역시 후보 시절 이를 공약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민선9기 사업추진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홍천군 군정준비위원회는 최근 현금성 복지가 1회성으로 끝나기 어려워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 법제화 추이를 주시하며 주민수당 도입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제10대 홍천군의회는 지난 20일 열린 조례심사특별위원회에서 주민수당 청구 조례안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운동본부는 22일 홍천군의회 앞에서 홍천군의회와 홍천군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한현선 홍천군농민회장은 “임기를 시작한 지 20일도 채 되지 않은 의회가 9000명이 넘는 홍천주민들이 선택한 조례안을 무기한 심사보류를 결정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단돈 100원이 없어 쩔쩔 매는 홍천 주민들의 사정을 군은 알고 있는지 개탄스럽다. 의회는 조례를 최대한 빨리 심사해 조속히 시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용빈 농어촌기본소득운동본부 강원본부장은 “군민들의 열화와 같은 제정 요구를 집어던지고 이후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민심을 받들고 앞장서 일하는 것이 의회 본연의 역할”이라며 “(주민 청구 조례를) 외면한다는 것은 이후에도 군민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대로 의정을 하겠다는 상징적 행위가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예산의 문제’가 지연 사유로 언급되는 데 대해 운동본부는 기본소득의 단계적 실시를 통해 예산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천군은 정부의 시범사업 공모에 두 번이나 참여했던 만큼 이미 사업비의 30%를 군비로 충당하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에 자체 부담하기로 한 30%에 해당하는 월 5만원부터 주민수당을 시작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홍천군의회 임시회 회기를 진행하고 있었던 정관교 홍천군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운동본부와 주민들을 면담하고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정 의장은 “조례안 심의 보류는 사실이나, 집행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할 부분이 있고 의원들도 정보를 숙지하는 등 보완이 필요했다”라며 “8월 19일 다시 군 집행부와 간담회를 갖고, 9월 회기에 구체적인 안을 잡으려 한다. 빠른 시일에 만들어지는 것보다 군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군수의 공약사항이고, 의원들도 모두 같은 입장인 만큼 조례 제정이 하루빨리 될수 있게끔 책임지고 돕겠다 약속했다. 이에 운동본부는 집행부와의 간담회 이전 의회가 주민과의 간담회나 공청회를 추진해 주민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재차 요청했고, 정 의장 역시 이를 수용했다.
강석헌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군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심사조차 늦추고 있다면 의회 역시 이것을 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당장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더라도 홍천군 자체로 먼저 조례제정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만 추후에라도 홍천군이 들어갈 수 있다. 중앙정부 눈치만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간 또 남탓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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