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반 기후 조건에서 벼가 잘 자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벼 생육은 빨라지지만 쌀 수량과 품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토양과 식물, 대기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옥외환경조절연구시설(SPAR)을 활용해 21세기 중반 미래 기후 조건에서 벼 생육과 생산성을 모의시험한 결과다.
연구진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공통사회경제경로(SSP)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저시나리오(SSP1)와 배출이 많은 고시나리오(SSP5)를 구현했다. 저시나리오는 현재보다 기온이 1.6℃, 이산화탄소 농도는 484ppm 높다. 고시나리오는 기온이 2.8℃, 이산화탄소 농도는 537ppm 높다.
모의시험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벼의 출수기가 빨라졌다. 이삭이 패는 시기는 저시나리오에서 3일, 고시나리오에서는 7일 앞당겨졌다. 고시나리오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광합성이 활발해지면서 벼의 마른 무게가 평년보다 9.45% 증가했다.
그런데 벼 생육량 증가는 쌀 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농진청은 출수기가 앞당겨지면서 벼가 여무는 시기와 한여름 고온기가 겹친 영향으로 분석했다. 저시나리오에서는 수량 감소폭이 크지 않았지만, 고시나리오에서는 수량이 평년보다 9.5% 감소했다.
쌀 품질도 저하됐다. 정상적으로 여문 완전립 비율은 두 시나리오 모두 평년보다 4% 안팎 감소했고, 쌀알에 금이 가는 동할립 비율은 고시나리오에서 평년보다 3.5%포인트 증가했다.
논에서 배출되는 메탄도 늘었다. 벼 생육기간 전체 메탄 배출량은 평년보다 저시나리오에서 6.5%, 고시나리오에서는 5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벼 생육량을 늘리는 동시에 논의 메탄 배출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온과 수발아, 병해충에 강한 벼 품종을 개발 중이다. 지역별 기온 변화를 반영한 적정 모내기 시기 설정 연구와 함께 마른논 써레질, 다중 물떼기 등 저탄소 벼 재배기술의 현장 실증과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춘송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재배생리과장은 "기후변화가 벼 생육과 수량,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고온 피해를 줄이는 재배기술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함께 개발해 안정적인 쌀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채원 기자 chae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