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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좀 안다는 사람, 포장지에서 ‘이것’부터 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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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식 백자 다기로 우려낸 경남 하동 홍차.

앞서 홍차 상편에서는 홍차가 떫게 느껴지는 이유와 산지별 특징, 밀크티 만드는 법을 살펴봤다. 이번엔 찻잎을 구별하는 등급별 약어와 도구, 그리고 여름철 별미인 아이스티까지 짚어본다.

 

 알파벳을 보면 홍차 등급이 보인다

국체 찻잎 등급 분류법에 따른 홍차잎의 분류.

홍차를 살 때 틴케이스나 포장지에 적힌 OP, PS 같은 용어가 낯설 수 있다. 이는 인도, 스리랑카, 케냐 등 홍차 주요 생산국이 사용하는 ‘국제 찻잎 등급 분류법’을 따른 표기다. 이 기준은 싹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잎을 얼마나 온전하게 남겼는지로 매겨진다. 알파벳으로 표기한 이 약어를 알면 차의 등급을 짐작할 수 있다.

P(Pekoe)=어린 싹의 하얀 솜털을 뜻하는 한자어 ‘백호(白毫)’가 서양으로 건너가 ‘페코’로 읽히며 굳은 말이다. 현재는 위에서 세번째 잎을 가리킨다.

◆OP(Orange Pekoe)=오렌지는 유래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럽에 차를 처음 들여온 네덜란드 오라녜(Orange) 왕가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O’로 표기하기도 하며, 위에서 두번째 잎을 뜻한다. 잎홍차 중 가장 표준적인 고급 등급이다.

◆S(Souchong)=한자어 소종(小種)이 서양으로 건너가 ‘소우총’으로 변한 말이다. 가장 크고 거친 잎으로, 다섯번째 잎을 가리킨다. 중국 홍차 ‘정산소종’처럼 소나무 연기를 입히는 훈제차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세 기준을 조합하면 나머지 등급도 짐작할 수 있다.

◆PS(Pekoe Souchong)=P보다 크고 S보다 작은 잎으로, 네번째 잎을 가리킨다. 대체로 거칠고 등급이 낮다.

◆FOP(Flowery Orange Pekoe)=차나무 가지 맨 윗부분의 새순과 바로 밑의 첫번째 잎을 아우른다. Flowery는 ‘꽃처럼 화사하다’는 뜻이 아니라 ‘꽃봉오리를 닮았다’는 뜻이다. 업체에 따라 Tip(팁·가장 끄트머리)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형태를 유지하지 않고 잘게 부수거나, 대량 생산을 위해 기계로 채집해 CTC(Crush-Tear-Curl·부수고 찢고 둥글게 마는) 공법으로 만든 홍차들은 입자 크기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주로 티백이나 블렌딩용으로 쓰인다.

◆B(Broken)=잘게 부서진 찻잎 조각을 말한다. 

◆F(Fanning)=체로 걸러낸 부스러기 크기 찻잎. 일반적인 티백에 주로 쓰인다.

◆D(Dust)=가장 곱게 갈린 가루 형태로, 주로 저가형 티백이나 음료 원료로 쓰인다.

앞서 배운 기준과 조합해 표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BOP는 ‘OP 등급의 통잎을 잘게 부숴 맛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차’를 뜻하며, BOPF는 ‘BOP보다 입자를 더 잘게 부순 패닝 크기의 차’라는 의미다. 주로 진한 밀크티를 만들거나 빠르게 우려내는 고급 티백 제품에 이 조합이 자주 쓰인다.

이 밖에도 포장지에 날짜와 함께 적힌 BB(Best Before)나 BBE(Best Before End)라는 약어도 자주 보인다. 이는 표시된 날짜 이전까지 마셔야 가장 맛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품질유지기한’과 같은 개념이다. 유통기한과 달리 이 날짜가 지났다고 해서 차가 상해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시된 날짜 이전에 마셔야 홍차 고유의 화사한 풍미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크기 따라 우려내는 방법도 달라

서양식 백자 주전자(왼쪽)와 동양식 백자 다관. 

홍차 하면 떠오르는 다구는 백자다. 백자 주전자는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두께와 크기 등이 다르다. 

서양식 백자 주전자는 대체로 둥글고 크며 두꺼운 편이다. 차를 우릴 때 여러 사람과 나눠 마시는 구조라 200㎖ 기준 4~6잔 분량이 기본이다. 몸체가 둥글수록 찻잎이 물속에서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점핑’ 현상이 잘 일어나 향이 잘 우러난다.

동양의 백자 다관은 대체로 서양식 주전자보다 훨씬 작고 얇다. 홍차 고유의 붉고 맑은 색을 선명하게 즐기기 위해 백자를 택한다. 대체로 잎차를 많이 넣어 뜨거운 물에 짧게 우려 마시는 방식을 쓴다.

다만 CTC 방식 또는 티백 홍차를 우릴 때 백자 주전자에 오래 두면 안 된다. 분쇄된 잎 특성상 추출이 금방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식 백자 다관은 가급적 홍차를 빠르게 따라내는 게 좋다. 서양식 백자 주전자도 빨리 우려내거나, 충분히 떫게 우려내 밀크티를 만드는 게 적합하다.

아이스티, 이렇게 즐겨보세요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제미나이

더운 여름, 홍차를 시원하게 아이스티로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급랭(急冷)이다. 평소보다 찻잎을 2배가량 넣어 진하게 우린 뒤, 얼음이 가득한 잔에 그대로 부어 빠르게 식힌다. 얼음이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농도가 맞춰지는 원리다. 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청량한 맛을 낼 수 있어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짧은 시간에 진하게 우러나야 하니 CTC 홍차가 특히 잘 맞는다.

둘째는 냉침(冷浸)이다. 찬물에 찻잎을 넣고 냉장고에서 8~10시간가량 그대로 둔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타닌이 천천히 우러나 떫은맛이 덜하고 부드럽다.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원장은 “향과 맛이 약해진 차를 되살릴 때도 냉침을 활용하는게 좋다”고 조언한다. 상온의 물에 찻잎을 넉넉히 넣고 한두 시간 뒤 냉장고에 넣어 10시간 전후로 우리면, 그대로 마셔도 좋고 데워서 마셔도 맛있다.

아이스티는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레몬·라임=레몬즙의 구연산이 홍차 색소와 반응해 색이 옅고 밝게 변하고, 떫은맛도 부드러워진다. 라임은 산미가 더 강하고 향이 산뜻하다.

◆민트=잎을 살짝 찢어 넣으면 상쾌한 향이 잘 퍼진다. 다양한 종류를 섞어 향이 진한 블렌딩 홍차보다 한 종류만 사용한 ‘스트레이트’ 홍차와 잘 어울린다.

◆설탕·꿀=설탕은 뜨거운 원액에 미리 녹인 다음 얼음을 섞는다. 꿀은 찬물에 잘 안 녹으므로 반드시 뜨거운 원액 단계에서 녹여야 한다.

얼음이 녹아 시간이 갈수록 맛이 변하는 게 싫다면, 미리 홍차를 만든 뒤에 얼음틀에 얼려두자. 일반 얼음 대신 홍차 얼음을 넣으면 시간이 지나도 농도가 바뀌지 않아 맛을 길게 즐길 수 있다.

◇도움말=‘홍차수업 1·2’(문기영 지음, 글항아리), ‘홍차의 시간’(야마다 우타코 지음·강소정 옮김, 애니북스)

커피 파는 카페에 가면서도 ‘차 한잔 하지’ 하는 우리들의 무의식에는 ‘어떤 차’가 숨어 있을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도 차 마시는 일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즐겨 마시는 다양한 차를 만나본다. 생활 속에서 차를 맛있게 마시는 요령과 다구 관리법도 함께 소개한다. 이 기사는 ‘디지털농민신문’에서 한발 앞서 만날 수 있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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